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기독교보]온몸으로 실천하는 망치의 신학
- 작성일2008/07/1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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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 목회자, 해비타트 집짓기에서 구슬땀
"탕, 탕, 탕"
살갗을 콕콕 찌르는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작업장에는 이쪽 저쪽에서 울리는 망치소리가 요란하다. 가끔 서로 호흡을 맞추기 위해 "하나, 두울, 세엣" 하는 구령소리가 작업장에 퍼지는가 하면 "아이고, 솜씨가 상당하네" 하며 작업동료를 격려하는 소리도 들린다.
해비타트 집짓기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충남 아산시 도고면 화합의마을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정체는 모두 목회자들. 6월 30일 해비타트(이사장:이순)이 주최한 '목회자가 짓는 사랑의 집'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다. 목회자들의 휴일인 월요일을 반납하고 자원봉사에 참가한 목회자들은 성경책 대신 망치를, 성의 대신 타월을 걸치고 연신 땀을 훔쳐낸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은 외벽 벽체 제작과 벽체 운반, 그리고 벽체를 세우는 작업. 건축을 해보지 못한 비전문가가 하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해비타트 현장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망치질도, 벽체 운반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손에 익어간다.
수많은 손길 중 유난히 노련한 손놀림이 눈에 띈다. 2001년부터 월요일마다 해비타트 건축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를 계속해왔다는 천우교회 전재국 목사는 '쉬기 위해' 해비타트 현장을 찾는다고 말한다. 전 목사는 "목회를 하다보면 일주일 동안 머리가 쉴 틈이 없는데 머리는 쉬고 몸은 움직이는 현장이야말로 최고의 휴식처"라며 "목회자들은 가르치기는 잘해도 몸은 앞장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이야말로 말과 생활이 일치하는 훈련장"이라고. 한쪽에서 망치질 삼매경에 빠져 있던 천안중앙교회 백승철 목사는 "예수님의 손과 발에 박았던 못을 이제 이웃을 위해 박는다"고 감격했다.
강당에서 설교하는 목회자라고 모두 현장일이 서툴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현장 곳곳에서는 능숙하게 목재를 자르고 못을 박는 봉사자들이 눈에 띈다. 비결을 물어보니 "전도사, 부목사 시절부터 교회의 허드렛일을 하던 내공"과 "군대 시절에 키운 실력"이라며 귀띔한다.
현장 일을 자원한 참가자 중에서는 백발의 원로목사도 있다. 참가자 중 최고령인 87세 시흥소망교회 이영춘 목사는 "좋은 일에 참석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예수님도 목수이셨는데, 이제 이 일을 하니 비로소 진짜 예수님의 제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 이제 벽체를 올립니다. 조를 나눠 모이세요!" 현장 스태프의 지시에 여기저기 흩어져 못질하던 봉사자들은 1층 건물로 모였다. 제작한 벽체를 2층으로 올리는 것은 힘을 합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 무리는 1층에 모여 벽체를 단단하게 받쳐 올리고 나머지는 2층에서 1층에서 올리는 벽체를 받을 준비를 한다. 기우뚱, 하며 벽체가 올라가자 아슬아슬하게 2층에서 벽체를 붙잡았다. 조심, 조심 벽체가 2층에 사뿐 올라갔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 목재 구조가 한 집의 튼튼한 벽이 된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두 번째 벽체를 올릴 때는 2층 누군가가 남은 목재를 벽에 살짝 걸쳐준다. 1층에서는 그 덕분에 한층 더 수월하게 벽체를 올릴 수 있다. 일이 진행될수록 요령도, 응용력도, 재미도 늘어간다.
햇볕과 먼지에 뒤섞여 몇 시간 뒹굴다보니 어느 새 두 채의 2층 벽체가 모조리 세워졌다. 오전까지만 해도 1층이었던 건물이 오후가 되니 2층의 뼈대가 갖춰진 것이다. 참가자들은 "오전에는 꿈만 같았던 일이 오후에는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며 2층을 흐뭇하게 보고, 또 바라본다.
월림침례교회 박노천 목사는 "추상적, 영적인 것만 설교하다가 현장에서 형체가 눈에 나타나는 것을 보니 성취감을 느낀다"며 "이 곳은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현장, 구체적인 사랑을 체험하는 현장이다"는 소감을 말했다.
해비타트 천안 아산지회 이종태 사무국장은 "이 중 99%는 건축의 '건'자도 모르는 분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손길들이 모여 건물의 외벽이 세워지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며 '훌륭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작업 완료 후 마지막 순서는 역시 입주자들을 위한 축복 기도. 작업 현장에서 손에 손을 잡은 참가자들은 오늘 건축한 벽체가 이웃들의 튼튼하고 포금한 보금자리가 되기를, 또한 그 속에서 건강한 가정공동체를 이루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날 사역에는 국제해비타트 대외협력을 맡고 있는 라파트 자키 목사도 함께 일손을 보탰다. "목회자들이 지역과 교파를 초월해서 모여 함께 같은 목적을 위해 일했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오늘 일은 교회와 해비타트만의 소득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지혜 joy@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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