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국민일보]해비타트 청소년 해외봉사단 방글라데시를
- 작성일2008/02/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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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기만 되면 침수피해 우정으로 방벽을 쌓다
[국민일보]2008-02-19 05판 29면 3566자 문화 기획,연재
한인 청소년들이 벵골인 가정에 땀을 선물하고 우정을 받아왔다. 한국 고교생과 대학생 14명은 지난 3∼14일 방글라데시 사키라 지역에서 해비타트 지구촌 프로그램에 따라 집을 지었다. 한국해비타트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공동주관한 '꿈과 사람속으로, 청소년 해외봉사단'은 세 가정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아열대 몬순기후에 속하는 방글라데시는 5월 말부터 9월 말까지가 우기다. 우기에는 전 국토의 절반에 가까운 40%가 물에 잠긴다. 이 기간 내리는 비는 연간 총강우량의 75%를 차지해 침수피해가 크다. 봉사단이 찾은 카티야마을도 연간 2∼3차례 침수 피해를 입는 곳이었다. 사키아 지역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남부지역은 지난해 11월 태풍 시드르로 3000명 이상이 사상하고 이재민 600만명이 발생했다.
차로에서 500m가량 떨어진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풀로 엮은 낡은 집이 보였다. 작은 행상으로 생계를 꾸리는 집주인 아흐메트 하이씨는 "비가 오면 바닥은 무릎까지 물이 차고 지붕은 비가 줄줄 샌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대중교통수단인 자전거택시 '릭샤' 운전사로 일하는 안사르 가지씨는 새 집터 앞에서 약간 들뜬 표정이었다. 문타키무르 라지씨는 딸을 위해 방 한 칸을 더 들이기로 하고 해비타트에 도움을 요청했다.
집 주인들과 첫 인사를 나눴다. "압살라 왈라이 쿰(안녕하세요)." 몇몇 친구는 서툰 벵골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3팀으로 나뉜 봉사단은 배정받은 집에서 벽돌을 나르기 시작했다. 벽돌 2∼4개를 두 팔에 안고 옮기는 일을 반 시간쯤 하자 "아이구 팔이야" 하는 말이 나왔다. 별다른 기술이 없는 단원들은 거의 종일 벵골인 미장이에게 벽돌을 가져다줬다. 여러 친구가 저린 팔을 계속 주물렀다.
하루 이틀 지나자 벽돌 옮기고 흙 퍼 나르는 일이 익숙해졌다. 각 가정의 주인들과도 눈짓 몸짓으로 대화하는 분위기가 됐다. 동네 어린이와 어른들이 집 짓는 모습을 구경하러 몰려왔다. 문틀 이음새를 메울 반죽을 위해 망치로 벽돌 깨는 일을 했다. 며칠 동안 벽돌을 날라도 떠날 때까지 완성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듯했다.
"해비타트운동으로 완성된 집을 보고 싶어요."
마수둘 핫산 방글라데시해비타트 간사 안내로 해비타트운동으로 완성한 이웃 집을 구경하러 갔다. 이 마을에서 현재 12가정이 해비타트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집 짓기 원하는 12가정이 각각 매월 500타카(한화 800원)를 5년 동안 낸다. 6개월동안 3집씩 지어 2년동안 모두 자기 집을 완성한다. '계' 형태다. 건축기금은 각자 마련하고 건축에는 본인과 자원봉사자가 모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각 가정의 수입이 3000∼5000타카에 불과해 이마저 잘 거둬지지 않는 형편이다.
봉사단의 참가비 일부는 방글라데시해비타트 건축기금으로 적립돼 가난한 벵골인들의 집을 짓는 데 이용된다. 해비타트 건축기금과 봉사활동으로 연간 1만1000여채, 매 24분마다 한 채의 집이 건설된다. 주민들과 단원들은 조금씩 친해졌다. 단원들이 둘러앉아 망치로 벽돌을 깨고 있을 때였다. 김인정(24·한양대3)씨의 영어 이름표를 보고 동네 어린이가 이름을 불렀다. "인정, 인정." 모두 한바탕 웃었다. "서로 모르지만 이름을 부른다는 게 웃기고 또 행복했어요. 일상에서 교감하는 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봉사단은 몇차례 문화공연을 했다. 첫날은 사키라 지역 주민들이 모인 학교 강당에서 부채춤과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지역 고아원에서 텔미 공연도 선보였다. 제대로 된 의상이나 음악은 없었지만 벵골인들은 먼 타국 청소년들이 쑥스러운 듯 내는 목소리와 못짓 하나하나가 신기한 듯했다.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은 가는 곳마다 "왓츠 유어 네임?(이름이 뭐예요)"이라며 영어로 말을 걸었다.
영하 날씨에서 생활하다 온 한국인에게 영상 18도 안팎의 방글라데시 건축 현장은 덥게 느껴졌다. 낮에는 땀을 많이 흘렸고 밤에는 낮아진 기온에 이불을 둘둘 감고 잤다. 봉사를 마칠 때쯤 10여명이 감기에 걸릴 정도였다. 마지막 날 집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돈 노 바(감사합니다)." 그동안 방글라데시 가족들이 보여준 따뜻한 웃음과 다정한 태도에 대한 인사였다. 라지씨의 부인이 눈물을 훔쳤다. 신민철(20·경북대2)씨 등이 따라 울었다.
봉사단은 우기마다 물이 차는 세 가정의 집 벽을 2m 가량 쌓아올렸다. 그 사이 입주가정 가족들의 희망도 높아졌다. 마음에는 새로운 우정이 자라났다. 박기웅(25·건국대4)씨는 "방글라데시 분들이 이제 이웃같다. 예수님이 말한 사랑 실천이 이런 나눔에서 온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기뻐했다. 김소현(17·부산국제고1)양은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몸도 마음도 많이 자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사키라=글·사진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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