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매일신문]우리들의 특별한 여름 휴가-해비타트 운동
- 작성일2007/09/05 10:58
- 조회 11,616
관련링크
특별한 휴가를 다녀온 4인방. 왼쪽부터 신진영, 김용대, 김진성, 민웅기 씨.
"우리는 폭염경보까지 내린 한여름에 휴가를 떠났습니다. 남들 다 가는 해외나 바닷가, 계곡에 가는 대신 우리는 사랑의집짓기운동(해비타트) 현장에 갔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다 보니 어느새 집이 완성되었습니다. 정말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휴가였습니다."
푸르덴셜생명 만나지점에 근무하는 민웅기(43) 씨와 김진성(32), 신진영(32), 김용대(35)씨 등 4명의 직장인들이 7월 31일부터 일주일간 함께 여름휴가를 떠났다. 행선지는 칠곡의 해비타트 현장.
"남들 다 가는 휴가 대신 봉사활동하는 게 어떠냐?"는 김진성 씨의 제안에 모두들 별 생각 없이 덜컥 승낙을 했다. 일을 열심히 해서 배에 임금 왕(王)자를 새겨보겠다는 김진성 씨의 속셈과 평소 해보지 못한 봉사활동을 해보겠다는 민웅기 씨, 애인도 없는 휴가 대신 색다른 휴가를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는 신진영 씨, 나만 빠질 수는 없다는 김용대 씨의 오기가 합쳐진 것이다.
그런데 아빠와 함께 멋진 가족휴가를 계획하고 있던 아이들과 아내가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무슨 봉사활동을 가느냐."고 반대하고 나서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마음의 갈등을 겪었지만 이번만큼은 꼭 가고 싶었던 민 씨는 눈을 질끈 감고 해비타트를 선택했다. 평소 적극적으로 사회봉사활동에 나서지 못했던 터라 이번만큼은 해보고 싶었다. 지난 2002년 남아공에 봉사활동을 가려던 친구가 함께 가자고 했을 때, 가족들과의 휴가계획 때문에 갈 수 없었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다. 그로서는 큰 마음을 먹은 셈이다. 휴가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채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회사는 일주일간의 숙식비 절반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격려했다.
"일은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어요." 민 씨는 "평소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못질을 하고 패널을 박는 단순노동이었다."며 "무엇보다 봉사자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한낮에는 잠시 쉬는 등 힘들지 않게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별로 힘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는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작업현장까지 이동, 9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2시간에 20분 정도씩 휴식을 하고 체력관리를 한다. 오후 5시까지 작업을 마치고는 저녁에 각종 교양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업현장이 대구 인근이다 보니 직장동료들이 퇴근길에 통닭 등 간식거리를 사서 위문 오는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러나 푹푹 찔 정도로 날씨는 더웠다. 폭염주의보에 이어 폭염경보까지 내렸다. 민 씨는 땀을 너무 흘려서 몸살이 났다고 했다. 대부분 소금과 포도당으로 만든 알약을 먹었다.
휴가 대신 땀을 흘리고 온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민 씨는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갔다 오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니까 아내도 조금씩 이해를 하는 편"이라며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함께 참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용대 씨는 일주일간의 힘든 노동의 시간이 끝나면서 집이 완공됐고 네 가구가 입주식을 가졌는데 "문패를 받아든 사람이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봉사활동을 하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 집 짓는 데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여러 가지 일을 배우면서 집 짓는 데도 일가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김진성 씨는 "엄마를 따라온 여고생이 일을 하면서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참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평생 한 못질보다 더 많은 못질을 했다는 신진영 씨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어선지 일에 다툼이 없었고 땀을 흘리면서 이야기하다가 공감대를 갖고 있는 많은 친구를 알게 된 것이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휴가 대신 해비타트에 참여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해비타트운동이란
해비타트(Habitat) 운동은 밀라드 풀러(Millard Fuller)라는 미국인 변호사가 1973년 아프리카 자이르로 가서 가난한 흑인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면서 시작됐고 국제해비타트는 1976년 창설됐다.
한국에서는 1992년 정근모 전 과기처장관을 이사장으로 국제해비타트 한국운동본부가 발족됐고 1994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첫 번째 한국해비타트 주택이 지어졌다.
해비타트한국본부는 1995년 '(사)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로 명칭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카터 전 미대통령이 방한, 해비타트운동에 나서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해비타트운동은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무상으로 주택을 지어주지는 않는다. 자립의지가 있는 무주택서민이 대상이다. 즉 주거환경이 열악한 무주택가구주로서 가정을 갖고 있어야 하고 스스로 건축현장에서 일정시간 일을 해야 한다. 본인은 150시간 이상, 가족 및 이웃은 350시간 등 총 500시간 이상을 건축현장에서 일을 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입주 후에는 매달 건축비를 상환해야 한다. 상환금은 땅값을 제외한 순수 건축비로, 15년 이상 무이자로 상환하며 2004년 기준 3천만 원 정도다.
◇ 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하려면?
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는 건축초기부터 마무리까지 언제든지 가능하다. 활동기간은 매년 4~9월까지로 각 지회의 건축진행과정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업이 진행되는 각 지회에 참가기간 1~2주전에 연락해 참여의사를 밝히면 된다.
문의=www.habitat.or.kr 혹은 (사)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053-620-2002).
서명수기자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