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더나은미래] 기자, 자원봉사자가 되다
- 작성일2015/12/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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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자원봉사자가 되다
[Cover Story] 더나은미래 기자 5人5色 봉사현장
2015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1년 365일 중 기억에 남는 ‘하루’는 언제인가요. 더나은미래는 연말을 맞이해 기자 5인방이 봉사활동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기자가 아니라 자원봉사자로 말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남을 위한 하루’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선물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
#2 김경하 기자, 집 고치기 현장서 삽질하다
잿더미 얼어붙은 화재 현장… 오전 작업 동안 치운 쓰레기만 40㎏
마대자루 100개를 채웠다
기자(오른쪽 위)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화재 전소물을 처리하는 현장 / 해비타트경기북부지회 제공
화재 현장은 처참했다. 방이 4개 딸린 집이 있었다고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까맣게 쌓인 잿더미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집터의 양옆으로 설치된 비닐하우스 8동도 뼈대만 얼기설기 남아 있었다. 운반용 화물차 1대와 중고로 구매한 차도 모두 불타버렸다. 화재 피해자는 화훼농장을 운영하던 김상헌(45)씨. 네 아이의 아빠이자 여섯 식구의 가장인 김씨는 생업(生業)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려 막노동판을 전전해야만 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불 잡을 시간이 없었어요. 불과 5분 사이에 다 탔으니까. 다행히 낮이라 애가 안 다쳐서 다행이에요. 원래는 불나고 나서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인근 마을회관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솔직히 막막하긴 하지만 그래도 힘을 내야죠."
지난 12일, 기자는 해비타트의 '희망의 집 고치기' 개인 봉사자로 참여했다. 봉사 장소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의 김씨네 농가. 이날 자원봉사자의 임무는 집터에 수북하게 쌓인 화재 전소물을 다 치우는 것. 집을 짓기 전, 필수 작업이다. "군인들이 도와줘서 이만큼 남은 거예요. 처음엔 진짜 엄두도 안 났어요." 이기준 해비타트 경기북부지회 건축팀장이 목공용 장갑을 건네주며 말했다. 화재 분진 때문에 우비와 분진 마스크도 착용했다. "탕! 탕!" 첫 삽을 뜨는데, 소리가 달랐다. 이미 잿더미가 얼어붙어 버린 것. "어, 이거 장난 아닌데요." 삽으로 힘껏 내려쳤지만 소용없었다. 김상헌씨가 곡괭이와 50㎝ 길이의 망치를 들고 왔다. 곡괭이질을 두어 번 하자 '쩍'하며 잿더미가 조각이 났다. 기자도 삽으로, 혹은 손으로 쓰레기를 퍼담았다. "여긴 아기 방인가 봐요." 잿더미 속에서 반이 타버린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한 권 나왔다.
이날 개인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사람은 총 11명. 이 중 9명이 모두 '건장한 남자'였기 때문일까. 열혈 자원봉사자들의 '삽질'에 잿더미와 쓰레기를 퍼담은 노란색 마대자루가 순식간에 쌓여갔다. 오전 작업만으로 40㎏짜리 마대자루 100개가 쓰레기로 가득 찼다. 이동준(30·가명)씨는 "연말이기도 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해보고 싶어 신청했다"면서 "개인적으로 복잡한 일이 있어 '몸 쓰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잘 온 거 같다"고 했다. 경기도 평촌에서 아들과 함께 자원봉사 현장을 찾은 안방환(49)씨는 "아들과 같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다가 집 고치기 봉사를 알게 됐다"면서 "아들이 건축학과를 지망하고 있어 더 의미가 크다"고 했다. 안씨는 올해 초에 이어 이날이 두 번째 집 고치기 봉사다.
오후에는 땅에 눌어붙은 장판, 내장 바닥 파이프 등 고난도의 정리 작업이 남아 있었다. 가장 큰 난관은 거대한 검은색 괴암(怪巖)처럼 보이는 전소물. "이건 대형 화분 모종판이 불에 녹아서 눌어붙어버린 거예요." 김상헌씨의 말에 남자 자원봉사자들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성인 남자 5명이 힘을 써도 끄떡하지 않았다. 두 고등학생 자원봉사자가 빈 공간에 돌을 하나, 둘 괴면서 지렛대 원리로 화분 모종판을 들어올렸다. 안재영(17·평촌고2)군은 "오늘 작업은 힘들었지만 하고 싶은 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서 좋다"면서 "이번 겨울 방학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오후 2시 30분, 쓰레기로 쌓여 있던 집터에 평평한 바닥이 드러났다. 한상국 해비타트 경기북부지회 행정팀장은 "지난주 봉사에는 4명이서 정화조 작업을 하느라 5시까지 꼬박 일을 하며 고생했다"면서 "오늘은 이제 더 이상 자원봉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날 기자와 짝을 이뤄 자원봉사 활동을 했던 김동희(31)씨는 "첫 삽을 뜨는데 땅이 딱딱하게 얼어 있어 손이 얼얼했다"면서 "봉사자들과 함께 작은 도움을 보태 한 가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보람된 하루였다"고 말했다.
해비타트의 '희망의 집 고치기'는 연중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진행되며, 일요일부터 월요일 현장은 없다. 개인 자원봉사자는 홈페이지 내 봉사달력(www.habitat.or.kr)에서 지회별 모집 현황을 확인한 후 신청하면 되고, 단체 참가자는 참가 희망일 1개월 전 본부나 해당 지회의 담당자와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참가비는 식비와 간식비, 보험 등이 포함된 2만원. 또한 미성년자는 만 16세 이상 고등학생부터 건축 봉사에 참여 가능하나, 성인이 현장에 동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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