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국민일보] 정근모 장로 “언젠가 北에서도 사랑의 집짓기 시작할 것”
- 작성일2015/12/2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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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1.
해비타트 이사장 물러나는 정근모 장로
“언젠가 北에서도 사랑의 집짓기 시작할 것”
정근모 장로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한국해비타트 이사장 은퇴식에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2001년 정 장로(오른쪽)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함께 충남 아산에서 열린 ‘사랑의 집짓기’ 현장에서
입주민에게 성경책을 선물하는 모습. 한국해비타트 제공
한국 과학계의 거목인 정근모(76·서울 강남구 삼성제일교회) 장로가 ‘사랑의 집짓기’ 운동과 인연을 맺은 건 1992년이었다. 과학기술처 장관에서 물러나 고등기술연구원 발족을 준비하던 때였다. 정 장로는 당시 방한한 미국 변호사 밀러드 풀러(1935∼2009)를 만났다. 풀러는 미국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집을 선물하는 ‘해비타트(Habitat) 운동’의 창시자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정 장로는 풀러와의 만남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신앙인으로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데 해비타트 운동은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94년 한국해비타트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이사장을 맡는 등 해비타트 운동을 주도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며 1년간 이사장직을 내려놓긴 했지만 20년 넘게 그의 이름은 ‘사랑의 집짓기’ 운동의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최근 들렸다. 지난 17일 그가 고문으로 있는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사무실을 찾아 정 장로를 만났다. 그의 은퇴식이 예정된 날이었다. 정 장로는 “자원봉사자로서 해비타트 운동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 사회엔 저보다도 해비타트 운동을 잘 이끌 훌륭한 분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한국해비타트를 대표하는 인물은 이사장이 아니라 수많은 자원봉사자입니다. 저 역시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 돼 이 운동에 계속 참여할 겁니다(웃음).”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머릿속엔 해비타트 운동을 하면서 겪은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듯했다. 단체를 조직하며 겪은 좌충우돌의 시간, 어려운 이웃에게 보금자리를 선물하며 느낀 감동,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통해 실감한 하나님의 역사….
“집을 지을 때면 일단 지역 주민들부터 자원봉사에 나섭니다. 그러다보면 이웃간의 정이 생기면서 참가자들이 ‘동네’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해비타트 운동의 핵심은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겁니다. 집을 다 짓고 함께 감사기도를 드린 뒤 입주민에게 성경책을 선물하곤 했습니다.”
정 장로는 한국해비타트를 이끌며 겪은 다양한 후일담을 전했다. 2001년 지미 카터(91)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겪은 일화가 대표적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해비타트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명사 중 한 명이다. 정 장로는 당시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북한 지역 해비타트 운동을 구상했다.
“북한 시골 마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을 상대로 집을 선물하는 캠페인을 벌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북한은 평양에 고층 빌딩을 지어달라고 요구하더군요. 결국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죠. 하지만 언젠가 통일이 되면 북한에서도 해비타트 운동이 활발히 일어날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정 장로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미국 프린스턴대와 MIT 등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82년 한국전력기술 사장에 취임해 원자력발전소 개발을 주도했으며 과학기술처 장관을 두 차례 역임했다. 정 장로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해비타트를 이끌 후임 이사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