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국민일보]번개건축 중독... 13년째 사랑의 집 뚝딱
- 작성일2013/08/0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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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타트 집짓기 참여 이정달씨 이야기
경기도 오산에 사는 이정달(47)씨의 올여름 휴가지는 경남 진주 팔미동이다.
휴가 계획은 톱질과 망치질이다.
벌써 13년째다. 이씨는 한국해비타트의 가장 오랜 번개건축 참가자 중 한 명이다.
벌써 13년째다. 이씨는 한국해비타트의 가장 오랜 번개건축 참가자 중 한 명이다.
번개건축은 1주일 동안자원봉사자들이 집을 지어 집 없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해비타트의 대표적인 건축 이벤트다.
올해 번개건축이 진행된 지난달 29일부터 5일간 이씨는 다른 자원봉사자 150여명과 함께 진주에서 8가구가
살게 될 2개동의 건물을 지었다.
“번개건축에 중독됐어요. 안 가면 찜찜할 정도죠.”
올해 찾아간 진주는 이씨가 2001년 회사(볼보건설기계) 동료들과 함께 처음으로 번개건축에 참여한 곳이어서
더욱 뜻 깊었다. 그 해는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과
대규모 번개건축을 벌였다.
“그때는 자원봉사자가 진주에만 1000명이 넘었어요. 사람에 치여 일을 못 할 정도였죠.”
거기서 만난 일본대학생들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이씨는 말했다.
“사실 번개건축 현장에 오면 다들 못 박기나 톱질처럼 뭔가 일 같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 학생들은 쓰레기를 치운다든지 나무토막을 정리한다든지 설거지처럼 티가 안 나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을 조용히 하더라고요.
저도 사실은 뭔가 생색나는 일을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어쩌면 그 학생들이 하는 일이 훨씬 더 값어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본 일본대학생들의 모습이 이씨가 13년 동안번개건축에 참여하도록 이끌어준 힘인지도 모르겠다.
1주일 만에 집을 짓기 위해선 톱질과 망치질도 중요하지만, 버려진 나무토막 하나 주워줄 사람도 소중하다.
“현장에 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에요. 사실 내가 일을 다 못 마치면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자기가 안전한 범위 안에서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좋아요.”
지난해에는 고교생인 딸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휴가 때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아쉬웠는데, 번개건축을 딸과 함께 하니까 짧은 시간이지만
아빠를 바라보는 눈길이 부드러워진 것 같기도 해요(웃음).
올해는 고3이라서 못 갔는데, 내년에는 지금 중학생인 아들까지 같이 참여하고 싶어요.”
이씨는 건설기계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다.
직접 굴착기를 시연하는 일이다. 건설 현장에서도 일했다.
장비를 가지고 지은 집과, 톱과 망치로 지은 집 중에서 어디가 더 기억에 남느냐고 물었더니
“토목과 현장 건축은 조금 다른 일이긴 하지만, 솔직히 내 망치질 소리가 울린 곳이 더 기억난다”고 말했다.
“요즘엔 장비가 워낙 좋아졌어요. 장비 안에서도 에어컨을 틀어 놓고 일해요.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야 하긴 하지만, 기계는 유압으로 움직이니까 근육은 쓸 일이 없어요.
번개건축 현장은 아마추어 초보자들이 200 ∼300명씩 모여서 시끌벅적하기도 하고,
땀을 흘리면서 일해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내 땀과 망치질이 들어간 집이 더 기억에 남더라고요.”
볼보건설기계는 해비타트 번개건축을 가장 오랫동안 후원해온 기업체이기도 하다.
올해도 100명의 동료가 이씨와 함께 참여했다.
“1주일 만에 후다닥 집을 짓지만, 부실은 전혀 없어요.
사랑의 힘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집보다 튼튼하게 지어집니다.”
언제까지 번개건축에 참여하고 싶느냐고 물었더니, 이씨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죽지 않는 한 계속할 것 같습니다.”
번개건축은 1주일 만에 이뤄지지만, 준비 기간은 훨씬 더 길다.
미리 기초 작업이 이뤄지고, 벽체와 창문을 만들어 둔다.
해비타트는 집을 고치는 일도 한다. 6일부터 서울에서 낡은 집을 새로 도배하고 장판을 까는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번개 집고치기’다.
번개건축은 무작위로 그룹을 이뤄서 진행되지만, 이번 집고치기 행사는 특별히 친구나 대학동아리,
가족, 교회 신도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자원봉사 문의 02-3407-1931)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