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스포츠서울]웃음기 뺀 K리그 봉사활동 "이 정도 일줄이야"
- 작성일2012/06/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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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가정을 돕고 있는 정몽규 K리그 총재(왼쪽)와 감독들. /파주
봉사활동이 시작되자 K리그를 대표하는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이 변했다. 목장갑을 나눠 낄 때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금세 진지해졌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던 무더운 날씨였지만 허물어져 가는 낡은 집에 있던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우는 이들의 손길에는 기초생활수급가정을 돕고자 하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일 오전 9시부터 경기도 파주시 법원면 법원리 일대에서 K리그와 함께하는 사랑의 집 고치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총 7개의 조로 나뉜 봉사단 가운데 제주 박경훈 감독, 대전 유상철 감독, 대구 모아시르 감독과 송진형(제주), 김형범(대전), 유경렬(대구) 등이 포함된 4조는 가장 열악한 곳으로 배치됐다. 이들을 인솔한 사랑의 집짓기 봉사단체 해비타트의 이정현 팀장은 "오늘 봉사할 7개의 장소 가운데 4조가 가장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앞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박경훈 감독은 모아시르 감독에게 "스트레칭 열심히 해야 한다"며 농담을 던졌고, 모아시르 감독은 "허리가 아파서 잘 못하겠다"며 응수했다. 옆에 있던 유상철 감독은 "(유)경렬이가 대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웃게 했다.
그러나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 "언제부터 방치된 쓰레기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인솔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집 안과 밖에 쌓여 있던 각종 가구들은 낡을 대로 낡아 더는 사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특히 TV는 이미 수년 전 고장 난 것 같았고, 먹지 못할 정도로 썩어 있는 음식물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제주 박경훈 감독, 대전 유상철 감독, 대구 모아시르 감독과 송신형(제주), 김형범(대전), 유경렬(대구) 등이 포함된 4조의 봉사 현장.
유상철 감독은 "봉사를 해보기 전에는 그냥 콘셉트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안타까운 마음이 무척 크다. 악취는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오늘 봉사가 힘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모이사르 감독은 "색다른 경험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게 돼 좋다"면서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죽는 것도 아닌데 뭐가 힘든가"라고 말했다. 다른 봉사자들과 일렬로 서서 무거운 돌을 나르던 박경훈 감독은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연신 강조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 장면을 한동안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80세에 가까운 한 할머니는 "내가 옆집에 사는 사람인데, 이 집이 이렇게 된 게 한 3년 정도 됐을 거다. 중고등학생 3명이 엄마 없이 아버지하고만 살고 있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항상 안타까웠는데, 오늘 정말 고맙다. 봉사 나온 사람들이 축구 국가 대표 선수들인가? 본인들도 힘들 텐데 수고들이 많다. 기특하다. 마음만이라도 돕자는 심정으로 여기서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