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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해비타트가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

    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
    [시사IN Live]"이런 데 사람이 살아도 되는 거야?"
    • 작성일2011/11/08 11:02
    • 조회 16,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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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봉사단 10명과 함께 일주일간 인도네시아 메단 지역의 항구 도시 벨라완에서 ‘희망의 집짓기’를 했다. 말리나 가족의 헌 집이 새 집이 되는 일주일 동안 대학생들의 마음도 한 뼘씩 자랐다.

     

    ‘물광 메이크업’이 따로 필요 없었다. 볼터치가 다 무어냐 싶었다. 잠시 휴식 시간,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니 이보다 더 예쁠 수는 없다. 생긴 모양새는 달라도 우리는 너나없이 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땀광’ 메이크업으로 번들번들한 얼굴이 무더위로 인해 붉게 물들었다. 몸은 ‘염전’이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땀으로 흠뻑 젖은 작업복을 그대로 놔두면 하얗게 소금이 올라왔다.  모두가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한국해비타트가 주관하고 현대홈쇼핑이 후원한 ‘삶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집짓기’를 위해 6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학생 봉사단 10명이 꾸려졌다. 9월25일 이들과 동행에 나섰다. 인천공항에서 7시간을 날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위치한 메단 지역 폴로니아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혹시 해서 챙겨간 가을 카디건이 무색한 날씨였다. 열대성 기후인 인도네시아 메단의 평균 기온은 32℃. 습하고 끈적이는, 불쾌한 날씨였다.

    메단에서도 빈민이 가장 많이 등록된 지역, 공항을 떠나 한 시간 남짓 달려 봉사단이 향한 곳은 벨라완이라는 항구 도시였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커피와 담배 따위 플랜테이션 농산물을 옮기기 위해 1900년도부터 발달한 벨라완은 급격한 산업화와 더불어 빈민 주거지가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바닷가 늪지에 쓰레기와 흙 따위를 부어 개간한 후 얼기설기 지은 집이 대부분인 이 지역은 지반이 약해 집을 튼튼하게 지을 수 없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아도 되는 거야?”

    인도네시아 중앙 통계기관(BPS)에 따르면 메단에는 21개 지역에 7만9136명의 빈민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빈민이 많고, 열악한 환경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벨라완이었다.
    델리 강(Sungai Deli) 주변에 형성된 이들의 주거지는 정부의 골칫거리다. 해비타트에 따르면 정부는 이들 ‘불법 거주자’들을 이주시키려고 하지만, 갈 곳 없는 주민과 자주 마찰을 빚는다고 했다.

    마을 입구부터 썩은 내가 진동했다. 심란했다.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떡 벌어지는 입을 채 수습하지 못하고 망연히 서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아도 되는 거야?” 바닷가 늪지에 쓰레기와 흙을 채워넣어 개간한 후 그 위에 얼기설기 지어놓은(이 지역은 취약한 지대여서 그런 방식으로밖에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집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순간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생활 쓰레기가 집과 맞닿은 물가로 던져졌다. 쓰레기통? 없다.
    분리수거? 될 리가 없었다. 녹조류 탓인지, 쓰레기 탓인지 초록빛을 띤 바닷물이 이들의 쓰레기통이다. 바닷물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이 물로 이곳 사람들은 씻고, 밥하고, 마시고, 화장실로도 이용한다. 당연히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진 집은 거의 없었다. 

    바닷가 늪지에 쓰레기와 흙 따위를 부어 개간한 후 얼기설기 지은 집이 대부분인 이 지역은 지반이 약해 집을 튼튼하게 지을 수 없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맨발로 땅을 딛고 선 현지인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았다. 이곳을 불편하고 우울하게 여기는 이들은 안전화와 안전모에 토시며 목장갑까지 끼고 ‘중무장’을 마친 우리, 이방인뿐이었다.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짓고 우리를 살펴보던 꼬마 아이는 ‘너도 새 집을 갖고 싶냐’라는 현지 해비타트 직원의 물음에 “아니요”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위생은 물론 주거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어요.” 안정민 해비타트
    글로벌 빌리지 프로그램팀 대리는 담담했다. 신발을 신은 아이보다 벗은 아이를 만나기가 더 쉬웠다.

    우리와 달리 이들에게 ‘번듯한’ 집은 부러움의 대상도, 재산 증식의 도구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근심과 걱정도 이들 몫이 아니었다. 조지 오웰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에 이렇게 적는다. “가진 돈이 적으면 근심도 그만큼 적어진다는 것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실제로 맞는 말이다. (중략) 따분하긴 해도 무섭지는 않다.”

     

    사만사 씨(맨 오른쪽)의 새 집을 짓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모래를 나르고 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일의 속도는 더뎠다. 무상무념만이 답이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들이 총동원됐다. 말수는 자연스레 줄었다. 집터를 파내 다지는 일을 했던 첫날, 땅속에서는 별별 물건이 다 나왔다. 폐타이어·가방·신발…, 그리고 ‘악!’ 비명 소리를 유발하는 각종 벌레들까지. 땅이 다져진 이후에는 건축 자재를 나르고 또 나르는 일이 반복되었다. 낯선 인도네시아어 중에서도 “하띠 하띠(위험해)!”라는 말만은 또렷이 들렸다. 매일매일 일은 숨 쉬는 것조차 귀찮아질 즈음이 되어야 끝나곤 했다. 밤이 되면 근육통으로 다들 앓는 소리를 냈다.

    일행이 벽돌과 모래를 나르고 땅을 다져 세운 집은 지난 우기 때 집을 잃은 말리나(10)네 여섯 가족이 살 집이었다. 말리나의 아버지 사만사 씨(38)는 일용직을 전전하다 얼마 전 선박
    경비 업무를 하게 됐다. 한 달에 150만 루피아(약 20만원)가 그가 버는 전부이다. 어머니 루슬란 씨(36)는 그 돈을 쪼개고 또 쪼개 얼마 전 돼지 한 마리를 샀다. 루슬란 씨는 “우리는 이렇게 살지만, 아이들이 우리의 운명을 닮는 것은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무너진 집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아이들의 꿈을 짓는다는 말과 동의어였다. 
    신기한 듯 구경만 하던 말리나네 이웃 주민들도 이튿날부터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현지 해비타트 직원을 포함해 15명 남짓으로 시작했던 인원은 어느새 30명이 되고, 50명이 되었다. 늘어나는 사람 수에 따라 벽돌의 키도 차곡차곡 함께 자랐다. 경준경씨(24·홍익대)는 자발적으로 일을 돕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집을 그냥 ‘주는’ 느낌이라, 마음이 불편했어요. 우리 기준으로, 우리 방식으로 이 사람들을 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고요. 그런데 힘을 합쳐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집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함께 ‘짓는다는’ 느낌이 들어 힘이 나더라고요(웃음).” 
     

    자원봉사자 윤성필씨(맨 뒤)가 흙을 실어 나르던 수레에 현지 아이들을 싣고 포즈를 취했다. 신발을 신은 아이보다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이가 더 많았다.

     

    집과 함께 꿈을 짓다

    영어를 못하는 그들에게 우리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뜨리마 까시(고맙습니다)’였다. 그러나 언어의 장벽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진영씨(26·연세대)도, 최준호씨(27·단국대)도 “아무 말도 알아들을 수 없는데, 서로 알아듣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몸이 말하고, 표정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새로 짓는 집의 중요한 건축 자재 중 하나였음은, ‘협업’이 필요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말할 필요도 없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일정 탓에 집이 완공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 김수진씨(25·인하대)는 “‘말리나네 집이 완성되었습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완성을 못해서 아쉬워요.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의 힘과 시간이 부족했던 거지, 우리의 사랑이 부족했던 건 아니니까요”라고 말했다. 떠나는 차에 몸을 싣자 말리나 가족과, 마을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차창 너머로 떠듬떠듬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쌈빠이 버르뜨므 라기(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해비타트(habitat)는…

    미국 변호사 밀라드 풀러 부부에 의해 1976년 시작된 해비타트 운동은 “모든 사람은 안락한 거처에서 살 권리가 있다”라는 믿음으로 시작됐다. 198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참여해 매년 일주일간의 초단기 국제 집짓기 행사인 ‘지미 카터 워크 프로젝트’를 시작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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