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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해비타트가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

    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
    [국민일보]양평 해비타트 번개건축 망치 들다
    • 작성일2010/08/02 18:22
    • 조회 16,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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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향좌!”

     

    파란색 조끼를 입고 열을 맞춰 서 있던 113명이 일제히 “하나! 둘!”하며 몸을 돌렸다. “앞 사람 어깨를 주물러주세요”라는 말이 떨어지자 이들은 안마사로 변신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전날 먹은 고기 냄새가 난다며 놀리고 간지럽다고 깔깔대기도 했다.

     

    30일 오전 9시30분, 경기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 한국해비타트 새 희망 프로젝트 양평 현장의 번개건축 5일차가 시원한 안마와 함께 힘차게 시작됐다.

     

    정기남 현장팀장은 “머리로 못이나 망치가 떨어질 수 있으니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안전모를 잊었던 봉사자들이 황급히 돌아와 안전모를 머리 위에 올린 뒤 작업 중인 두 개 건물로 흩어졌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형준(51)씨는 함께 온 대학생 딸(23)과 안전모를 맞대고 짧은 기도를 올렸다. “오늘도 무사히 봉사를 마칠 수 있도록 보호해주세요.” 부녀는 어깨를 토닥인 뒤 맡은 장소로 바삐 뛰어갔다.

     

    1조에 소속된 기자에게 첫 번째 임무가 주어졌다. 나무 합판을 지붕으로 들어올리는 일이었다. 가로 2m44㎝, 세로 60㎝의 합판은 보기보다 무거웠다. 다른 봉사자와 힘을 합치지 않고는 할 수 없었다. 봉사자들은 네 귀퉁이에 서 이를 악물고 합판을 들어 올렸다. 17장의 합판을 나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37분. 윗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다.

     

    건물 2층 외벽에서 망치질을 하고 있던 대학생 이혜수(23·여)씨는 기자가 창틀을 잡고 올라가는 게 위험해 보였는지 손을 내밀었다. 이씨는 고교 1학년 때 사랑의 집짓기 봉사를 한 적이 있다. 취업 준비로 바쁘지만 6년 전 흘린 땀방울의 기억이 떠올라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망치질 실력이 대단했다. 7㎝의 대못을 박는데 단 두 번의 망치질이면 족했다. “남자보다 낫다”는 탄성이 터졌다. 이씨는 “‘미모의 대학생’이라고 기사에 써주세요”라며 구김살 없이 웃었다.

     

    오전 11시, 스마트폰 속 온도계의 수치는 ‘29’를 찍고 있었다. 이윤영(22·여)씨가 “구름이 태양을 가려 그나마 시원한 거예요”라고 속삭였다.

     

    그때 배병권(22)씨가 “봉사 기간엔 희한하게 비가 안 와요”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충남 천안에서 집을 지었다. 작업 시작 전날 오후까지 비가 주룩주룩 내렸었다. ‘작업이나 할 수 있을까.’ 모두가 걱정했다. 고인 빗물이 이곳저곳에 웅덩이를 만들어 축대도 세우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올해도 마찬가지예요. 봉사 열심히 하라고 하나님이 좋은 날씨를 주시나 봐요”라며 신기해했다.

     

    덥고 힘들어 고교생 친구들의 입이 나올 무렵 아이스크림이 전달됐다. 봉사자들은 1동 지붕에 올라가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몸을 일으켜 맞은편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상쾌하고 시원했다. 강원도 동해 광희고 2학년 정재현(18)양도 그 자리에서 언니와 함께 바람을 맞으며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정양은 “미성년자는 혼자 올 수 없어 언니를 협박했죠”라고 까르르 웃었다. 그는 “꼭 하고 싶은 봉사라 수능이 있지만 내년에도 꼭 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작업이 더디 진행되던 2동 2층에서는 베란다 틀을 들기 위해 18명의 장정이 달려들었다. 분홍색, 빨간색 수건을 목에 두른 봉사자들은 틀을 힘겹게 옮겼다. 32분 동안의 씨름 끝에 창틀이 고정됐다. 봉사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1동 지붕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봉사자들도 큰 박수를 보냈다.

     

    오후 1시, 지난 5일간의 모든 작업이 끝난 뒤 봉사자들은 1동 창가와 지붕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망치!”

     

    ‘김치’ ‘치즈’가 아닌 ‘망치’였다. 한국해비타트 김주영 간사는 “봉사자들은 지붕 작업을 가장 좋아해요. 집이 완성됐다는 느낌인가봐요”라고 했다. 두 아들,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서명민(46)씨는 “온몸에 땀띠가 나 힘들지만 이 집에 살 분을 생각하면 정말 기뻐요”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봉사자 모두는 땀범벅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1주일 동안 묵묵히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 이들의 그을린 얼굴은 햇빛에 반짝거렸다.

     

    ○한국해비타트는

     

    해비타트 운동은 집 없는 가정에 ‘우리 집’을 만들어주는 운동이다. 한국해비타트는 1990년대 초부터 저소득 가정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와 집고치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수해지역 집짓기, 중국 쓰촨성 지진 피해자 집짓기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jo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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