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보도된 한국해비타트의 소식을 소개합니다.10주년 기념 `사랑의 집고치기` 현장
- 작성일2005/11/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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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기념 ‘사랑의 집고치기’ 현장 “힘들지만 행복했어요”
[국민일보 2005-11-09 18:14]
8일 오전 9시 서울지하철 7호선 중화역 주변을 빠져나와 5분 정도 차로 달리니 다가구집들이 밀집된 주택 단지가 나왔다. 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도로 입구에는 ‘한국해비타트에서 집 고치기 봉사를 진행중’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놓여 있었다. 기자는 이날 한국해비타트가 1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중랑구청과 연계해 진행중인 ‘사랑의 집 고치기’의 일일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상봉동 육명수(74) 할머니의 15평 낡은 집을 수리하는 작업이 이날 초보일꾼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이미 금융감독원에서 나온 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살림을 나르고 있었다. 집안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관리·감독하는 장은창(한국해비타트) 간사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짐을 모두 빼야 도배를 합니다. 조심스럽게 날라주세요. 특히 사진 액자 옮길 때 조심하세요. 할머니의 보물 1호랍니다.”
문득 기자 손에 들려있는 액자를 보았다. 다정하게 찍은 가족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지난 3월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할머니는 현재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살고 계셨다. ‘가족’이란 단어와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할머니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액자에 수북이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는 기자의 마음이 쓸쓸해졌다.
그때 좁은 문으로 장롱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앞쪽을 더 숙여요. 여기 부닥쳐요. 조심조심.”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바빴다. 기자도 거들었다. 장롱은 생각보다 무척 무거웠다. 장롱을 들고 한 걸음씩 뗄 때마다 뽀얗게 쌓인 먼지들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연방 재채기를 하는 자원봉사자도 눈에 띄었다.
짐들이 다 빠져나가자 한 여성 봉사자가 걸레를 들고 방문을 닦고 있었다. 이불이나 옷가지들을 챙기고 다른 일들을 척척 진행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물었더니 교회에서 진행하는 여러 봉사활동에 참가했었다고 말했다.
잠시 후 도배 전문가가 투입됐고 능숙하게 벽지를 붙여나갔다. 기자는 쭈그리고 앉아 벽지에 풀칠하는 일을 도왔다. 다리가 저려왔다. 힘들어하는 기자를 봉사자들은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어느새 정오. 누구하나 밥을 먹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1시30분쯤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와보니 전문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방안이 몰라보게 환해졌다. 밖의 짐들을 다시 옮기고 깨끗하게 청소를 하자 어느덧 어두워졌다.
사랑으로 덧입혀진 깨끗한 집을 할머니에게 보여드리는 순간. 할머니는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고맙소. 정말 고맙소. 그동안 많이 적적했는데,오늘처럼 우리집이 시끄러웠으면 좋겠어. 모두 내 아들 딸이었으면 좋겠어.”
사랑은 동사였다. 우리는 집을 고친 것이 아니라 가정을 고쳤다. 외로운 할머니의 가족이 됐다. 종일 자원봉사로 몸은 물먹인 솜처럼 무거웠지만 마음은 하늘로 날아가는 듯했다. 봉사의 기쁨으로 정신은 한없이 맑았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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