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해비타트 홈오너 재난 극복 이야기] 태풍과 지진에도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키우는 내일의 희망
- 작성일2021/10/1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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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Haiti). 아이티는 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입니다. 아이티 국민들이 빈곤을 벗어나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허리케인과 지진은 항상 아이티 국민들에게 불현듯 찾아와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듭니다.
<아이티 해비타트 주택 단지 Sandto Community 전경 (© Habitat for Humanity)>
2021년 8월 14일, 아이티를 덮친 지진
지난 8월 14일, 진도 7.2 강진이 아이티 주요 도시인 레카이(Les Cayes), 제레미(Jeremie), 앙싸보(Anse-à-Veau), 보몽(Beaumont)이 있는 남서쪽 지역을 덮쳤습니다. 이 지진으로 1,9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00여 명의 부상자에 셀 수 없이 많은 실종자가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최소 61,000세대의 주택이 붕괴되고, 76,000세대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보몽에서만 1,400채의 집은 물론 재난 구호와 복구를 진두지휘해야 할 시(市) 청사마저 모두 무너져버렸습니다. 설상가상 연이어 발생한 열대성 허리케인(Tropical Depression Grace)은 구조와 구호 활동을 어렵게 해 피해는 더욱 커졌습니다. 11년 전 100,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수도 포르토프랭스 대지진의 악몽이 다시 한번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2021년 8월 14일 아이티 지진 피해 현장 (© Habitat for Humanity International)>
재난을 극복하며 지은 안식처가 재난을 이겨내다
지진을 견뎌낸 98퍼센트
피해 상황을 조사하던 해비타트 조사팀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지난 2016년 허리케인 매튜(Hurricane Mathew)로 집을 잃은 1,200가정의 이재민 가족과 해비타트가 함께 지은 1,800채의 해비타트 주택이 이번 지진에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겁니다. 지진에 살아남은 주택이 1,800채 중 무려 98퍼센트, 1,780채가 넘는 집이 지진을 버텨냈습니다.
<2016년 허리케인 매튜 피해 복구 과정에서 지은 해비타트 주택 (© Habitat for Humanity Haiti)>
<아이티 Corail 마을 해비타트 홈오너 Altide (© Habitat for Humanity Haiti)>
재난을 견디는 튼튼한 집은 어떤 집? 누군가 알려줬더라면…
아이티의 주택 대부분은 기초적인 안전 구조 없이 지어졌습니다. 집의 뼈대인 골조는커녕 지지대 없이 진흙과 나뭇가지를 섞어 쌓아 올린 집. 기둥으로 삼기에 터무니없이 약한 나무와 양철판을 엮어 벽을 세운 집. 콘크리트 건물마저 주저앉은 지진에 이렇게 약하게 지어진 집들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허리케인의 강풍과 폭우에 휩쓸려 파괴되었습니다.
튼튼한 집을 짓고 싶지만 많은 아이티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튼튼한 집을 짓는 것은 부자들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한 집이 있는데도 말이죠.
<2016년 허리케인 매튜로 무너진 아이티의 일반 주택 피해 상황 (© Habitat for Humanity Haiti)>
함께 지으며 배우는 재난을 견디는 집,
그리고 스스로 이겨낼 용기와 힘
해비타트는 아이티 이재민과 재난을 복구하는 과정에 두 개의 집을 지었습니다.
1. 말 그대로의 집, 지진과 폭우, 강풍, 허리케인으로부터 안식처가 되어줄 집입니다.
2. 사람들 마음속에 짓는 집. 바로 재난을 극복하는 의지와 용기, 재난을 대비하는 지식과 기술 그리고 이웃과 함께한다는 연대감입니다.
먼저 해비타트가 짓는 재난을 견디는 집은 기본에 충실한 단순하지만 튼튼한 집입니다. 복잡한 최첨단 집은 현지에서 재료를 구하기 어렵거나,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적, 기술적으로 주민 스스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비타트가 아이티 주민과 함께 지은 집은 약 23제곱 미터 크기로 생활공간과 화장실을 기본 구조로 합니다. 아이티에서 쉽게 흔히 볼 수 있는 베란다식 현관을 갖춰 얼핏 보기에 평범한 집처럼 보이지만, 재난을 견디도록 지어졌어요.
- 내진 강화를 위해 플라이우드(강화 합판) 골조와 콘크리트와 골재로 만든 벽
- 폭풍과 강풍에 쉽게 날아가지 않게 플라이우드(강화 합판)에 고정한 강철 패널 지붕
- 폭우로 집안에 물이 차지 않도록 단을 높인 기반을 콘크리트로 보강
- 가족 구성원 증가 등 필요에 따라 쉽게 확장할 수 있는 구조
<해비타트 주택 건축 과정 (좌) & 해비타트 주택 구조 (우) (© Habitat for Humanity Haiti)>
다음, 재난을 극복하고 미리 대비하려면 튼튼한 집만큼 굳건한 마음의 집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해비타트는 이재민 입주가정과 지역사회의 '땀의 분담'을 강조합니다. 집과 마을의 복구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주인의식과 자립심을 고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땀의 분담'은 이재민들이 실질적으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이자 훈련입니다. 복구 과정에서 주택 건축 기술, 유지/보수 기술, 보건 및 위생 생활 지식, 재난 예방 방법 등을 실천하며 체득할 수 있습니다.
<'땀의 분담' 실천하는 해비타트 홈오너 (© Habitat for Humanity Haiti)>
이렇게 해비타트가 돕고, 아이티 주민이 함께 지은 집과 마을. 2010년 아이티 대지진과 2016년 허리케인 매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그리고 그 집과 마을이 이번 8월 14일 지진에서 살아남은 이유입니다.
50,000가정, 약 250만 명을 위한 아이티 대지진 재난 복구 5개년 프로그램
당초 목표한 5년보다 2년 앞당겨 목표 달성
약 2,100개의 일자리 창출
수천 명의 아이티 주민에게 건축 기술, 금융 이해 교육, 피해 진단, 재난 경감 방법, 생계 수단 개발 등의 역량 강화 진행
2016년 허리케인 매튜 피해 복구 과정에서 이재민을 위해 500채 주택 건설
“…우리 집은 무너지지 않았어요.”
8월 14일 지진이 발생한 뷰몽(Beaumont) 인근 꼬하이(Corail) 마을에 살던 옥셀리아. 2016년 허리케인 매튜로 집을 잃었지만, 지금은 해비타트와 함께 지은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지진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두렵다고 합니다.
"땅이 몹시 흔들렸어요. 무서워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죠.
딸과 손주 손을 붙들고 정신없이 달렸죠. 꽤 오랜 시간 미친 듯이 흔들렸어요.
동네 사람들 모두 집이 무너질까 무서워 거리로 도망쳤어요."
- 아이티 Corail 마을 해비타트 홈오너 Oxelia -
얼마 후 여진이 잦아들었고 그제야 옥셀리아 눈에 들어온 마을. 먼지와 무너진 집, 파손된 집으로 가득했습니다.
<아이티 Corail 마을 해비타트 홈오너 Oxelia (© Habitat for Humanity Haiti)>
옥셀리아는 자기 집도 무너질까 두려워 돌아가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였어요. 곧 무너질 것 같던 다른 집과 다르게 옥셀리아 집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진이 나고 며칠은 무너질까 무서워 집에 못 들어갔어요.
이웃집은 금이 가고 무너지는데, 며칠이 지나도 우리 집은 무사해 놀랐어요.
안심하고 돌아왔죠.
...
우리 집은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 아이티 Corail 마을 해비타트 홈오너 Oxelia -
무너진 집과 마을, 이재민의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
해비타트 재난 복구
재난은 집뿐만 아니라 마음도 무너뜨립니다.
재난 복구는 함께 집을 지으며 무너진 삶의 터전과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해비타트와 함께 집을 지으며, 건축 및 유지 보수 기술을 익히고, 위생적인 주거생활과 재난 대비 방법을 배우며 하루하루 복구해나간 결과가 바로 이번 8월 14일 지진을 견뎌낸 집입니다.
아직도 많은 아이티 주민들이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좌절하고 있습니다. 해비타트는 허리케인과 지진을 견뎌낸 옥셀리아처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티 사람들이 재난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한 삶의 터전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