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따뜻한 집에서 감기 없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권리
- 작성일2017/11/30 15:29
- 조회 2,218
(현판을 들고 새집 문 앞에 서 있는 우현이)
“따뜻한 집에서 감기 없이 겨울을 보내고 싶습니다.” 3살 쌍둥이와 초등학생 아들 우현이,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춥고 좁은 집에서 6명의 식구가 함께 생활하다 보니 한 명이 감기에 걸리면 온 가족이 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엄마의 하소연이었습니다. 특히 24시간 붙어있는 쌍둥이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우현이네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따뜻한 집에서 감기 없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권리가 쌍둥이에게 있다면, 친구를 집에 초대할 수 있는 권리가 우현이에게 있다면, 자기 방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사춘기 누나에게 있다면, 우리는 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우현이네 이전 집)
우현이네 집은 경상남도 합천군에 있습니다. 곧 방문 드리겠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는 혹여 우리가 집을 잘못 찾을까, 마당 앞까지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뽀로로를 시청하는 쌍둥이가 보입니다. 우현이는 어디 갔냐고 물으니 친구네로 놀러 갔다고 엄마가 답했습니다.
“왜 집에서 놀지 않느냐”고 물으려다가 집 안을 슥 둘러보고는 괜히 머쓱해진 말문을 삼켰습니다. 작은방과 거실이 전부인 우현이네 집은 아이들의 빨래와 이부자리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넘쳐나는 집안 살림은 현관을 넘어 마당 한쪽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피어오른 곰팡이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했고, 단열이 안 되는 창으로 찬바람이 숭숭 들어왔습니다.
6명이 생활하기에 터무니없이 좁고 비위생적인 집. 엄마와 쌍둥이는 하루 대부분을 이곳에서 지냅니다. 밤이 되면 엄마는 쌍둥이를 데리고 작은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고 아빠와 우현이, 누나는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함께 잠듭니다.
(우현이네 새집(왼쪽)과 이전 집(오른쪽))
우현이네 새집은 이전 집 바로 옆에 지어졌습니다. 지난 4월 합천군으로부터 우현이네를 소개받은 한국해비타트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후원을 받아 7월부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공사 기간에는 80여 명의 볼보 임직원 및 가족들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현장에 나와 직접 목재를 나르고 뼈대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어진 우현이네 새집은 575㎡의 대지에 세운 건축면적 78.44㎡의 경골목구조 주택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지낼 안방 외에도 사춘기 누나를 위한 볕 잘 드는 밝은 방과 하늘빛 공룡 벽지로 둘러싸인 우현이 방, 그리고 막내 쌍둥이들의 방이 각각 주어졌습니다.
새집을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누나였습니다. 그동안 동생들에게 치여 책 한 권 편히 볼 수 없었던 누나는 “방문에 잠금장치를 달아두어야겠다”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동생들에게 비밀입니다.
(우현이네 새집 내부)
우현이네 헌정식이 열리던 날 합천군 곳곳에는 축복처럼 눈이 내려앉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떡과 고기 등을 준비해와 우현이네를 위한 작은 잔치를 열었습니다. 우현이 아빠의 얼굴에는 모터가 달린 듯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헌정식에 참석한 석위수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은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선물했고, 합천군에서는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두꺼운 이불을 전달했습니다. 여름내 현장에서 땀을 흘렸던 전북대와 경상대 해비타트 동아리 친구들은 직접 산 손목시계와 목도리를 아이들의 손과 목에 둘러주었습니다. 이밖에도 우현이네를 아끼는 지인들이 선물한 옷장과 침대가 우현이와 누나의 방에 각각 놓였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따뜻함이 우현이네로 모인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지어준 새집과 선물 하나하나가 우현이네의 ‘따뜻한 집에서 감기 없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권리가 되었기를 바라봅니다.
글ㆍ사진 홍보팀 김은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