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집짓기
- 작성일2017/11/15 18:07
- 조회 2,375
전통적으로 ‘여성스럽다’는 형용사는 ‘여리고 약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이분법적인 성(性) 인식을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많아지며 ‘여성스럽다’에 대한 전통적인 의미는 점차 옅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해비타트에서는 ‘여성스럽다’는 형용사가 ‘따뜻하고 강인하다’는 의미로 해석돼왔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여성의 집짓기(Women Build)’ 현장을 보시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실 겁니다.
로잘린 카터 여사
따뜻하고 강인함으로 대표되는 해비타트 여성의 원조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로잘린 카터 여사입니다. 89세의 고령에도 헬멧을 쓰고 봉사현장을 누비는 로잘린 여사는 올해로 경력 33년의 베테랑 봉사자입니다. 특히 로잘린 여사는 가는 곳마다 여성의 집짓기를 주도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여성의 집짓기는 말 그대로 여성들이 힘을 모아 집을 지어주거나 고쳐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모금부터 건축까지 여성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도움의 대상도 주로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집짓기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JCWP) 때 로잘린 여사가 시작한 것을 계기로 매년 여성의 집짓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해비타트 여성위원회가 바로 우리나라 여성의 집짓기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모임입니다.
'제 15회 행복나눔 패션쇼&바자' 이전 글 보기 ▶▶
올해 여성위원회가 도움을 준 곳은 다문화가정인 성민이네입니다. 7년 전 남편을 따라 베트남에서 온 성민이 엄마는 심한 산후우울증과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태였습니다.
여성위원회는 지난 6월 성민이네를 위한 바자회와 패션쇼를 열어 건축자금을 모금하고, 이번 11월에는 봉사 활동까지 나섰습니다. 모금에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을 봐야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여성위원회의 설명이었습니다.
성민이네 봉사 활동은 크게 페인트칠과 가구 만들기, 단열공사로 진행됐습니다. 대문 페인트칠에 앞서 기존의 오래된 페인트를 벗겨내는 작업이 선행됐습니다. 헤라를 이용해 깨끗하게 벗겨진 대문에는 성민이 엄마의 아픈 마음을 달래줄 푸른색 페인트가 칠해졌습니다. 곰팡이가 검게 그을렸던 주방에는 새하얀 페인트가 덮였습니다.
같은 시각, 마을 회관에서는 옷장과 서랍장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작년 봉사 활동 때도 가구를 만들었다”는 한 여성위원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서랍장 하나를 뚝딱 완성하고는 “이상하게 서랍이 잘 안 들어간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밖에도 이날 봉사 활동에서는 내벽 측량과 단열재 재단 등 단열공사를 위한 기초 작업과 내부 청소가 함께 이뤄졌습니다.
오후가 되자 잠시 자리를 비웠던 성민이가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깨끗하게 바뀐 집이 마음에 드는지 마당을 신나게 뛰어놉니다. “집이 어떠냐”는 물음에 “너무 좋다”며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한 움큼 드러난 아이의 보석 같은 치아가 햇살을 머금고 반짝거립니다.
어쩌면 조금 고됐을 봉사 활동을 마친 여성위원들의 입가에도 그제야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어쩌면 ‘여성스럽다’는 형용사는 이런 미소 앞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인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해비타트에서는 말입니다.
글·사진 홍보팀 김은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