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비야, 네가 아무리 내려봐라~ 우린 더 열심히 봉사하지!
- 작성일2017/07/27 16:20
- 조회 2,036
- 2017 상반기 ‘후원자빌드’
“오늘은 비가 와서 안 되겠다.”
우리는 가끔 비를 핑계로 계획했던 일과를 미루곤 합니다. 분명히 무언 갈 하기로 마음먹었을 땐 확고했는데, 어쩐지 ‘비’ 앞에서는 망설여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토), 후원자빌드 날에도 아침부터 얄궂게 비가 내렸습니다. 미리 현장에 도착한 담당자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해졌습니다. 황금 같은 주말 아침에 오전 9시까지, 그것도 쏟아지는 비를 뚫고 직접 춘천 건축 현장으로 찾아와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후원자분들은 시간에 맞춰 속속히 현장에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오는데 오시느라 힘드셨죠?”라는 말에 오히려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시는 후원자님들을 보며 우리 후원자님들이 참 따뜻한 분 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 비’라는 엄청난 장애물 3단 콤보를 이겨낸 후원자님 20명과 함께, 올해 첫 번째 후원자빌드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춘천지회 국장님의 안내로 시작한 후원자빌드 OT]
[토닥토닥~ 봉사 전 준비운동도 잊지 않았어요!]
건축 현장에서의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등 간단한 OT와 몸풀기를 위한 준비운동을 마친 후, 본격적인 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후원자님들은 A, B 두 조로 나뉘어 크루리더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목조 벽체’를 각 조당 1개씩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완성될 벽체는 새로 지어질 8세대 가구의 튼튼한 벽이 되는데, 이 집들은 춘천 지회 현장에 지어질 마지막 건물이어서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목조 벽체 만들기를 위한 망치질]
이날 작업은 비가 오는 탓에 천막을 친 좁은 공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햇빛이 쨍쨍한 날보다는 비가 오는 날씨에 집을 짓는 것이 더 낫다는 건축 팀장님의 위로와 함께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이 헬멧과 등줄기에 흘렀습니다.
후원자분 중에는 못질이 처음이라 망치 드는 것도 어색한 참가자도 있었지만 이내 적응하여 벽체를 만들어갔습니다. 더 정확한 못질을 위해 열심히 박은 못을 다시 뽑아 재차 두드리는 모습에서 홈파트너에게 더 좋은 집을 지어드리고 싶은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서 조금 쉬세요. 물도 꼭 드시고. 다들 너무 열심히 하셔요~” 크루리더들의 걱정 어린 잔소리도 이어졌습니다.
[점심 후, 온정이 이어진 간식 타임]
12시 정각을 알리는 시계 소리와 함께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맛있는 점심 식사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식사 후, 한 후원자님이 현장 근처에서 사 온 옥수수와 빵으로 현장 분위기는 한층 포근해졌습니다. 정작 간식을 사온 본인은 머쓱해 하며 혼자 떨어져 있기에, 한국해비타트와 함께하게 된 계기를 물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 기업 뉴스레터를 통해서 해비타트 봉사를 처음 접했어요. 수원 SK 행복마을에선 크루리더로도 참여했었는데 그때 저 빼곤 거의 대학생 크루리더 친구들이어서 좀 쑥스러웠죠.” 사온 따끈한 빵과 옥수수처럼, 참 온기가 가득한 문제복 후원자님이었습니다.
또, 이날 후원자빌드에는 공교롭게도 당일이 생일이신, 김미라 후원자님도 있었습니다.
“원래 후원자빌드는 7월 초로 예정되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때가 장마철이라 연기되어서, 우연히 오늘 제 생일에 봉사하게 되었네요. 정말 잊지 못할 생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침에 미역국이라도 챙겨 드셨냐는 질문엔 수줍게 고개도 저었습니다. 후원자님과 함께 온 아들(용상현 후원자)에게 오늘 저녁에라도 미역국을 꼭 끓여드리라는 미션을 주었더니, 어떻게 잘 끓이는 거냐며 어색하게 묻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즐거운 후원자빌드 레크레이션 시간]
오후엔 더 많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잠시 봉사를 멈추고, 휴게실에 모여 후원팀이 준비한 레크레이션을 다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해비타트 후원자빌드의 메인 MC, 심하늘 매니저의 진행 아래 해비타트와 관련된 퀴즈들을 풀어보았습니다. 퀴즈는 특별히 젠가를 이용하여 뽑은 블록에 적힌 질문을 후원자님이 직접 읽고 정답을 맞추는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역시 해비타트 후원자답게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젠가 퀴즈에 이어 스케치북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해비타트와 집, 나눔 등 다양한 주제가 오고 갔습니다.
Q. 나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요?
“워킹맘인데 일 끝나고 집에 아이들을 보러 가는 길이 좋아요.
퇴근 시간까지 일하다 보면 피곤할 법도 한데 지하철에서도 계단에서도 걷지 않고 뛰어요.
더 아이들을 빨리 보려고요 ^ ^
그래서 저에게 집은 ‘기다림’, ‘설렘’이에요.”
- 장순덕 후원자 님 –
Q. 다음에 후원자빌드에 또 오게 된다면, 누구와 함께 오고 싶나요?
“저는 여자친구와 다시 오고 싶어요. 얼마 전에 학교 봉사도 같이 가서 그런지 여기 봉사 현장에 와서 더 여자친구가 생각이 많이 나요.
다음에 ‘커플빌드’ 하면 꼭 같이 올게요!”
- 이경 후원자 님 -
“저는 고3 누나랑 다시 오고 싶어요.
봉사 현장에 있으면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잖아요.
누나가 공부로 스트레스가 많은데, 여기 와서 평안을 얻고 가면 좋겠어요.”
- 김유민 후원자 님 -
이외에도 한국해비타트 후원자로서 해비타트에 바라는 점, 하고 싶은 말 등 진솔한 이야기까지 가까이서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완성된 목조 벽체에서, 조별 단체 사진 찰칵!]
비가 그치자마자 다시 오후 봉사 작업은 시작돼 이윽고 목조 벽체도 완성되었습니다. 궂은 날씨로 작업 속도가 더딘 탓에 비록 목표치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후원자님의 소중한 구슬땀이 담긴 벽체 1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작업물과 함께 마지막 기념 촬영까지 한 후,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며 후원자빌드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로 진행이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잊을 만큼 따뜻한 후원자님들을 만난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함께해주신 후원자분들의 마음속에도 후원자빌드 하루가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길, 그리고 오래오래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봅니다.
글 홍보팀 정여진/ 사진 한국해비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