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우면산자락 장애인 시설의 특별한 변화
- 작성일2017/06/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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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순환로에서 부산 방면 서초IC로 진입했다가 곧바로 우면동 쪽 샛길로 빠집니다. 약 300m를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다가 우면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끝까지 오르면 비로소 산자락에 파묻힌 작은 건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일부로 찾아가기도 힘든 그곳이 바로 신망애의 집입니다.
현재 신망애의 집에는 20여 명의 중증장애인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령의 무연고자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신망애의 집은 그동안 다양한 민관지원사업에서 소외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고립된 위치 탓에 관계자가 아니고서는 그곳의 열악한 상황을 쉽게 알 수도 없었습니다.
(공사 전 신망애의 집)
한국해비타트가 신망애의 집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였습니다. 당시 신망애의 집 인근에 있는 구립 장애인복지관의 사회복지사가 “근처에 정말 열악한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이 있다”는 소개와 함께 “꼭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전해온 것입니다.
실사에 나선 한국해비타트는 석성1만사랑회의 후원을 받아 지난 3월부터 4개월 간 신망애의 집 환경개선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석성1만사랑회로써는 충남 논산 1호점과 경기 용인 2호점에 이은 3번째 나눔의 집이었습니다. 2011년 설립된 석성1만사랑회는 매년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중증장애인을 위한 나눔의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신망애의 집 안도준 시설장)
이번 공사를 가장 반긴 사람은 서울카톨릭사회복지회 소속 안도준 시설장이었습니다. 지난해 신망애의 집 시설장으로 부임한 뒤 그곳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안팎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던 그였습니다.
(공사 후 신망애의 집 지하실과 스프링클러)
공사가 끝나고 가장 마음에 드는 시설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안 시설장은 지하실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를 꼽았습니다. 안 시설장은 “소방법 기준에 미달돼 매번 스프링클러 지원사업에 탈락했다”면서 “천만 원이 훌쩍 넘는 설치비를 어떻게 구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이렇게 해결돼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안 시설장은 또 “한국해비타트의 아이디어로 지하실 공간이 더 넓어지면서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실과 건강관리실까지 만들었다”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망애의 집 어머니 자원봉사자)
주방에서 일하는 한 어머니 자원봉사자는 “학교 급식실이나 프랜차이즈 식당 등 많은 곳에서 일해봤지만 이렇게 열악한 주방은 처음이었다”고 공사 전을 회상했습니다.
건물 밖에 따로 만들어진 신망애의 집 부엌은 가벽 위에 얇은 패널이 덧대진 형태였습니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것은 물론이고 비가 오면 군데군데 갈라진 패널 사이로 물이 새기 일쑤였습니다.
(공사 전후 신망애의 집 주방)
한국해비타트는 주방에 새로운 지붕을 덧대 누수를 막고 이중창을 설치해 실내단열에 신경 썼습니다. 또 싱크대 등 위생기구를 모두 교체하고 에어컨을 새로 설치해 쾌적한 주방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공사 후 소감을 묻는 말에 어머니는 “너무 훌륭하게 바뀌었다”고 답하면서도 성함을 묻자 “이름 없이 그냥 봉사만 하고 싶다”며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신망애의 집 홍윤정 직원)
홍윤정 씨는 신망애의 집에서 일하는 홍일점 직원입니다. 자신을 “지저분한 걸 잘 견디는 편”이라고 소개한 윤정 씨는 “그래도 공사 전 화장실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청소를 아무리 깨끗이 해도 악취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윤정 씨의 설명이었습니다.
(공사 전후 신망애의 집 화장실)
공사가 끝나고 가장 마음에 가장 들었던 곳 역시 화장실이었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은 물론 윤정 씨가 이용하는 여자 화장실은 세면기와 변기, 전등, 타일 등 모든 것이 교체됐습니다. 악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환기설비도 시공됐습니다.
또 장애인 화장실에는 위험하고 불편했던 욕조가 철거됐고, 여러 명이 함께 씻을 수 있는 효율적인 좌식 세면대가 설치됐습니다.
(공사 후 신망애의 집)
이 밖에도 신망애의 집은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복잡한 시설물로 혼재됐던 전면부는 깔끔한 매스 형태의 아이보리색 외벽이 설치됐습니다. 출입문 주변에는 방부목을 덧댄 단정한 인테리어가 적용됐습니다.
미끄러운 에폭시가 깔려있던 진입로에는 세련된 무늬의 타일이 시공됐습니다. 현관에는 장애인들의 안전과 에너지 효율을 함께 고려한 방풍실과 3단 중문이 설치됐습니다.
또 쓸모없는 거실 가장자리 공간을 잘라 장애인 3명이 쉴 수 있는 침실 1개소를 만들었습니다. 각 침실에는 새로운 에어컨과 깔끔한 조명, 넓은 수납장이 들어섰습니다. 장애인들의 안전을 고려해 낡은 전기배선들은 모두 교체됐습니다.
안 시설장은 “장애인들이 넓은 수납장에 자유롭게 개인용품을 정리하면서 좋아한다”면서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써준 한국해비타트와 석성1만사랑회에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글·사진 홍보팀 김은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