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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해비타트가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

    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불이 꺼진 자리에 '희망'이 남았다.
    • 작성일2017/05/25 16:21
    • 조회 1,892

    - 공주 5남매 화재 가정 헌정식


     홍보팀 정여진

    사진 해비타트 기자단 이강석 


      가수 GOD의 '촛불 하나'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던 내 주위엔 또 다른 초 하나가 놓여져 있었기에. 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 개가 되고 그 불빛으로 다른 초를 또 찾고.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아 낙심하고 있을 때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희망이 남아 있었고, 다시 조금씩 용기를 냈더니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의 가사다.


      지난 5월 23일(화) 공주에서 있었던 충남세종지회 해비타트 헌정식에서도 '촛불 하나'의 기적을 만날 수 있었다.




    [5남매 가족을 위해 모인 작은 발걸음들]



      이번 헌정식의 주인공인 ‘공주 5남매’ 가족은 말 그대로 초등학교 5학년, 4학년, 3학년과 7세, 3살의 오 남매인 다자녀 식구다. 5남매의 아빠는 물류 창고 관리자로 일하며 월 190만 원의 적은 수입에도 다른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매월 4만 원을 기부하며 착실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중 올해 2월 초, 끔찍한 화재 사고를 겪게 된 것이다.


      "겨울 기름값을 아끼려 나무를 때면서 지냈는데, 갑자기 보일러에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천장이 타올랐대요. 그때 저는 저녁때라 아이들 먹일 짬뽕을 주문하러 읍내에 있었는데, 아이들 엄마가 빨리 와보라고 다급하게 전화를 했어요. 이미 집에 갔을 때는 모든 게 다 타버리고 없더라고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그저 하염없이 사라진 집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요.” 5남매 아빠는 그날의 기억을 힘들게 떠올렸다. 추운 겨울,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한 채, 내복 바람의 아이들을 안고 화마에서 탈출한 일곱 식구는 인근에 있는 친할머니 집에서 현재까지 겨우 지내왔다.


      헌정식 손님들께 과일을 건네는 아이들의 할머님도 화재 당일을 말씀하시며 축축한 눈시울을 붉히셨다. "당시 전화를 받았을 때는 그냥 너무 놀랐지. 아이들이 무사한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보금자리를 잃은 5남매 가족의 소식은 안타까움을 느낀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가 적극적으로 가족의 사연을 기사로 다루고,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한국해비타트 충남세종지회를 비롯한 지역 단체들이 나서서 가족의 새 주거지 마련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천안논산고속도로 등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후원금을 전달하고, 공주 지역 주민들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금에 참여했다. 해비타트 목조 건축학교 졸업생과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회원들은 건축 봉사에 참여해 값진 땀도 흘렸다. 5남매 가족의 새집은 여러 손길이 닿아 완성된 감동의 합작품이었다.




    [헌정식 인사말을 전하는 충남세종지회 윤마태 이사장]




    [헌정식에 참여한 관계자와 이웃 사람들]



      헌정식 당일에도 5남매 가족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후원사 관계자들을 비롯해 가까이서 가족들의 아픔을 나눈 아이들의 어린이집 선생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등도 참석했다.

      특별히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지난해 말 천안 범죄 피해자 가정 집 짓기에 이어 두 번째로 해비타트와 인연을 맺게 됐다. 축사에 참여한 천안고속도로 조현욱 감사는 "많은 분들이 5남매에 손 내밀어 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해비타트와 함께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위한 도움을 이어갈 생각이다."고 전했다. 마지막 축사를 전한 한국해비타트 강대권 최고운영책임자는 "오늘이 5남매 가족의 새로운 시작이다. 이 시작을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5남매 중 초등학생 아이들 세 명은 학교에 가 헌정식에 없었지만, 남은 넷째와 막내 아이를 보기에도 바쁜 엄마는 웃는 얼굴로 감사함을 전했다. "이렇게 좋은 집을 지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사실 예전 집은 화장실이 거의 밖에 있는 거나 다름없어서 굉장히 춥고 불편했는데, 새집엔 화장실이 두 개나 있어서 아이들 씻길 걱정은 없겠어요. 그리고 첫째가 5학년 여자아이인데, 한참 사춘기거든요. 예전 집은 작고 방이 적어서 어쩔 수 없이 남자 동생들이랑 같은 방을 쓰게 해서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젠 혼자 쓰는 방을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여기가 내 방이에요!” 엄마 껌딱지인 넷째도 불쑥 끼어들었다. 벽지가 파란색인 방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는 걸 보니 새집이 꽤 맘에 든 모양이었다.


      새로 지어진 5남매 가족의 집은 원래 집이 있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아이들의 할머니 집 바로 옆에 지어져 더욱 든든했다. 예전 집은 바로 앞에 차도가 있어 어린 남매들에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넓은 거실과 4개의 방으로 지었죠.”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집을 지었다는, 한국해비타트 충남세종지회와 함께 건축에 참여한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윤여관 팀장을 통해 추가적인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가족들이 화재 사건으로 많이 힘들어했어요. 아빠는 짬뽕을 사러 가 집에 없던 자신을, 엄마는 불을 끄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죠. 이젠 새로 지은 집에서 가족들이 아픔 잊으시고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집은 자재비만 들어가고 인력비는 따로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만큼 정말 많은 분들이 봉사자로 참여해 애정으로 지은 집이에요.”




    [새로운 집 앞에서, (왼쪽부터) 5남매의 아빠, 넷째, 엄마 그리고 3살 막내]



      갑작스러운 불길 속 사라져 가는 집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약한 아빠. 이제는 새로운 집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희망으로 가득한 아버지로 성장해 있었다. "주변에 이렇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은지 몰랐어요. 그동안 저희가 받은 사랑이 너무 커요. 우리 아이들도 잘 키워서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무시무시했던 불은 야속하게 집의 모든 것을 태워버렸지만, 그 자리엔 도움의 손길을 보낸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게 했다. 이제, 그 희망이 가족들의 가슴 속 흉터를 보듬고 행복한 기억들로 채워져 가족들을 영원히 응원하고 지켜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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