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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해비타트가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

    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꿈꾸는 소년들의 공간
    • 작성일2017/03/23 14:58
    • 조회 2,058

    ·사진 홍보팀 김은총

     



    처음에는 사실 소년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2011년 설립된 소망청소년희망센터(이하 소망센터)는 기존에 어린이집이었던 건물을 개조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원래 교실이었던 소년들의 방에는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커다란 창이 거실을 향해 나있었습니다. 창 귀퉁이에는 청테이프를 잘라서 붙인 '아이방'이라는 글자가 선명했습니다. 얇은 방문과 벽에는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분노한 어느 소년의 주먹자국이 낙인처럼 곳곳에 남아있었습니다.

    거실 바닥에 깔린 오래된 전기 온돌패널은 고장 난 부분이 많았습니다. 군데군데 찢긴 장판 사이로 차가운 금속 패널이 드러나 있고, 그 위에는 임시로 깔린 전기장판이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이곳도 처음에는 깨끗했는데 아무래도 과격한 남자들만 살다 보니." 소망센터 박현숙 센터장님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소년들은 모두 창원지방법원 소년부의 판결을 받고 옮겨진 아이들입니다. 사법형 그룹홈인 소망센터에서는 이들을 보호·관찰하며 심리상담치료와 가족관계 회복을 돕고 있었습니다.

    한국해비타트가 소망센터의 개선공사를 맡게 된 것은 '호통 판사'로 잘 알려진 천종호 부장판사님과의 인연 때문이었습니다. 천 판사님은 자신이 협력하고 있는 사단법인 만사소년 소속의 소망센터를 소개하며 주거환경의 열악함과 개선의 필요성을 전해왔습니다. 한국해비타트는 고심 끝에 마침내 지난 1월 공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새롭게 바뀐 소망센터는 소년들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반영했습니다. 먼저 오래된 전기 온돌패널과 창호 등을 교체해 한겨울에도 소년들이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족했던 수납장과 신발장 등은 추가로 설치하고 상담치료를 위한 작은 공간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우중충했던 기존의 벽과 바닥, 천장에는 밝은 톤의 장판과 벽지, 페인트를 사용해 소년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누리끼리하게 변색된 콘센트나 스위치커버, 불편했던 문고리 등 소소한 곳 하나까지도 빠짐없이 교체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년들을 위해 특별한 인테리어도 적용했습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커다란 전구 모양의 레일 조명을 달고 그 아래는 접이식 우드 테이블을 두었습니다. 테이블 옆에는 인문고전이나 역사책 등이 가지런히 꽂힌 스틸 책장이 놓였습니다. 이른바 꿈꾸는 소년들의 공간이었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찜질방에서 생활했던 소년들은 매일 밤 소망센터를 찾았다고 합니다. 어떤 날에는 초저녁에, 어떤 날에는 늦은 밤에. 그때마다 소년들은 조금씩 달라지는 공간을 마주하며 놀라워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공사 과정을 지켜보다가 장래희망으로 실내 건축가를 꿈꾸게 된 소년도 있었습니다.

    공간은 그렇게 소년들을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박 센터장님은 "소년들이 확실히 정서적으로 부드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전에는 어차피 낡았다는 생각으로 기물을 막 대하던 소년들이 지금은 마치 카페에 온 것처럼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이 박 센터장님의 설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박 센터장님이 가장 반긴 것은 책장이었습니다. 박 센터장님은 "책을 서랍에 쌓아뒀을 때는 아무도 읽지 않았는데 책장에 꽂은 뒤로 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보기 시작했다"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밝아진 실내만큼 환한 소년들의 표정도 눈에 띄었습니다. 소년들은 달라진 쉼터를 보며 저마다 카페같이 너무 예쁘다”, “이렇게까지 좋아질 줄은 정말 몰랐다”, “이런 곳에서 지내려고 하니 기분이 색다르다는 등의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사진을 찍어 개인 SNS에 올리는 소년도 눈에 띄었습니다.





    모든 공사가 끝나고 다시 한번 소망센터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봄볕이었습니다. 거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온 따뜻한 봄볕이 한층 밝아진 센터 안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소망센터가 소속된 만사소년만사에 소년을 생각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자나 깨나 소년만 생각한다는 천 판사님이 직접 지은 이름입니다. 우리가 선물한 이 공간에 머물게 될 소년들이 만사에 새로운 꿈을 꾸게 되길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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