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후원파트너] 저와 함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세요!
- 작성일2014/05/0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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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가을> 저와 함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세요!
“어떻게 말했냐구요? 그냥 침 한번 꿀꺽 삼키고 말했어요. ‘해비타트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라고요. 너무 떨려서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그래도 5분이나 후원에 동참해 주셨어요.”
18살, 한창 수줍음 많을 나이에 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고, 정기 후원자까지 발굴한 한지환(진해고, 18세) 군의 손엔 다섯 장의 후원 약정서가 들려있다. 경남 창원시에서 버스를 타고 무려 5시간이나 걸려 도착하였다는 한지환 군 덕분에 해비타트 본부 사무실엔 남쪽에서부터 온 훈훈한 훈풍이 가득하다.
[건축]에 대한 관심이 [집]에 대한 감동으로
기존의 동아리 대신 맘 맞는 친구들과 함께 직접 동아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지환 군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국해비타트를 처음 접하게 된다. “친구들과 저는 건축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집’과 관련된 학교 동아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인터넷으로 집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검색하던 중 ‘해비타트’라는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거다! 싶어 바로 동아리 준비를 시작했더니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친구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더라고요.” 해비타트를 통해 집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던 한지환 군은 해비타트 본부에서 동아리 개설을 위한 사전 교육을 들으며 해비타트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필요한 곳인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곤 해비타트를 돕는 또 다른 손길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후원약정서를 들고서 정기후원자를 모집해보고 싶었어요. 우선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 드렸더니 아버지께서 본인이 일하시는 KT&G 진해지점의 직원 분들을 모아 후원자 모집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 주셨어요. 아버지를 포함한 8명의 직원 분들이 모이셨고 앞에 나가 해비타트를 소개하였어요. 해비타트가 어떤 단체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말씀 드렸죠.” 어렸을 때부터 봐오던 분들이라 친한 사이인데도 막상 앞에 나가 발표를 하려니 무척 떨리더란다. “해비타트 소개를 마치고 후원 약정서를 내밀면서 ‘정기 후원을 약정해 주세요.’ 라고 말했어요. 뭐 다른 멋진 멘트를 날린 것도 없었어요. 그랬는데 아버지를 포함한 다섯 분이 후원약정서를 작성해 주셨어요. 지점장님까지요.” 기억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한지환 군은 아직도 그때 생각에 수줍은지 멋쩍어 하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집을 통해 ‘가정’이 ‘회복’된다는 걸 믿어요
편안한 집, 안락하게 가족의 온기를 누릴 집이 있다는 것은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원동력이 됨에 틀림없다. 15살의 한지환 군에게 집을 통해 가정의 회복을 이해하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있다고 했다. “어머니께서 하시던 사업으로 인해 가정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어요. 작지 않은 사업규모라 빚이 많이 생겼는데 그 빚을 갚으려 하다 보니 집을 잃을 뻔한 위기에 처했어요. 사실 그 때 살던 집이 대단히 좋은 집이었던 것도 아니에요. 보일러는 고장 나기 일쑤였고 비가 오면 집 안에 빗물이 새서 방 한쪽 벽면이 온통 곰팡이로 뒤덮이고 그랬어요.” 소위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그에게 있어선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집이었다. “그 때 느꼈어요. 작은 집이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무척 감사하다는 걸요. 그런 거 있잖아요. 밤 늦게라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 갈 수 있는 수 있는 내 집이 있다는 거요. 그게 저한테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 첫 경험이었어요. 뭐 지금은 빚이 잘 해결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하.” 그 때의 여러움을 지금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건 가족을 지켜주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그에게 큰 상처로 남을 뻔했던 어릴 적 경험은 ’우리 집, 우리 가족’이라는 훌륭한 연고 덕택에 흉터 없이 깨끗이 아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어디에선가 지환 군이 겪었던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또 다른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손수 5명의 키다리 아저씨를 이끌어 내었다.
우리에겐 어떤 기억이 있나. 상처가 없다면 그야말로 다행이지만, 오래 전 힘들었던 시간들이 너무 깨끗이 아물어버려서 잊어버리건 아닐까? 나와 같은 아픔을 다른 이들이 겪지 않기 위해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