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후원파트너] 화환 대신 기부! ‘나눔’ 있는 결혼식
- 작성일2013/06/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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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 문이 열리고, 신랑이 하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등장합니다. 뒤이어 신부가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수줍은 얼굴로 신랑 앞에 나아갑니다. 두 사람만을 위한 주례, 하객, 축복을 통해 한 쌍의 부부가 탄생합니다. 결혼은 평생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축제의 순간입니다.
이번에 만난 이 부부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두 사람만을 위해서가 아닌 조금 ‘특별함’을 더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결혼 축하 화환 대신 기부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결심하게 된 것도 두 사람의 만남의 계기가 남달랐다는 점 때문인데요.
지금부터 서재섭, 최정윤 부부와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
Q 두 분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가 특별하다 던데요?
A (재섭) 저희는 2009년 서울대학교에서 주관하는 해비타트 해외봉사(GV) 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했고 그때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취직하고 정윤이는 졸업을 하고 2011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어서 그 해 여름부터 인연을 이어오다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A (정윤) 사실 해외봉사 갔었을 땐 그리 친하지 않았어요. 대화할 기회도 거의 없었죠. 저는 철사를 꼬는 등 쉬운 일을 했고 남자들은 철골을 나르거나 삽으로 모래 파는 일을 하다 보니 서로 많이 보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봉사 끝난 후 우연한 계기로 당시 광화문 쪽에서 일을 하고 있던 오빠와 만나게 되었죠. 그 때가 한 7월쯤이었는데 오빠가 9월부터 홍콩에 일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만약에 그 때 연락이 안 되었으면 이렇게 결혼하지 못했을 거예요.
Q 이번 두 사람의 결혼식에 화환 대신 기부를 요청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정윤) 제가 지금 일하는 곳이 학교 사회봉사실이에요. 사회봉사 교과목을 담당해서 운영하다 보니 비영리 단체에 기부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어요. 이러한 깨달음을 주변 지인 분들에게 말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혼식을 통해 모두 모였을 때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해비타트를 선택한 이유는 큰 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고민했었는데 저희들을 이어준 기관이 해비타트라는 점에 남다른 의미가 있었어요. 또, 기부금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기부하는 입장에서도 궁금하거든요. 해비타트는 집을 지어줌으로써 눈에 보이는 게 있으니까 가장 보람도 클 것 같았어요.
A (재섭)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도울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 프로그램에서 한 방송인의 나눔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분은 방송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지만 저도 제 지인들에게 최대한 능력껏 알릴 수 있다면 금액이 크지 않아도 뜻 깊은 게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결혼식 화환 같은 경우는 두 사람을 축복하는 의미보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축복의 의미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지난 2012년 12월16일 오후 6시 30분, 두 사람은 수많은 하객 속에서 멋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연회장에서는 특별히 한국해비타트에서 선물한 결혼 인터뷰 비디오를 통해 사람들이 두 사람의 만남뿐만 아니라 기부의 의미에 대해서도 짧게 나누었습니다.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의 ‘나눔’이 자리에 함께한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영향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이런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글/사진 협력개발본부 이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