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현장
국내외 해비타트에서 보내온 현장이야기를 소개합니다.[후원파트너] 사량국밥 한 뚝배기 하실라예?
- 작성일2013/06/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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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픈 딸을 데리고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며 뼈저리게 느꼈어요. 형편이 풀리면 맘껏 좋은 일만 하며 살고 싶어요. 저의 작은 도움으로 더 많은 가족들이 편안한 안식처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거북이 목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맞게 되는 동장군의 계절에도 어머니께서 주시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면 온몸에 열기가 가득해집니다. 뜨끈한 국물에 밥 한 공기 썩썩 말아 깍두기 한쪽 얹어 푹푹 퍼먹는 순간,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밥과 국, 반찬을 따로 내어줄 여유도 없이 그저 밥에 국물 붓고 깍두기를 얹어 먹는 이 소박한 음식은 세상을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들의 체취가 느껴져 더욱 구수하고 정감 있습니다.
전라도 광주에서 만난 유점분 회원님이 만들어주신 순대국밥에는 구수한 체취와 더불어 나눔의 마음까지 듬뿍 담겨 있었습니다.
전라도 광주 산수동 산수시장 부부원조국밥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전라도 광주시 산수동 산수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시장 통 정면에 ‘부부원조국밥’ 간판이 보입니다. 식당 입구 모락모락 나는 김 사이로 분주한 손길이 반가운데요. 바로 유점분 회원님입니다.
9년째 식당을 꾸려오고 있는 유점분 회원님은 지난 5월부터 해비타트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봄 SBS에서 방송된 희망TVSBS를 우연찮게 보게 된 날부터였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집이 없어 꿈까지 잃은 어린아이들을 본 유점분 회원님은 돕고 싶은 마음을 바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3년 전 신문에서 ‘아름다운 가게’를 보고 후원을 시작했던 그날처럼 유점분 회원님의 결심은 간결했고 행동은 민첩했습니다. 마음의 감동은 누구나 느끼지만, 그 감동을 즉시 행동할 수 있는 실천의지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점분 회원님의 나눔에 대한 옹골찬 실천의지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유점분 회원님은 20년 전 불의의 화재사고로 남편을 잃었고, 그로부터 3년 후엔 막내딸이 희귀병에 걸렸습니다. 유점분 회원님이 그간 흘렸을 눈물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요. 홀로 굳세게 3남매 뒷바라지에 병수발까지 하며 유점분 회원님은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식당 설거지부터 간병인까지, 주어지는 일은 무조건 해내며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기에도 버거워질 무렵,누워있던 막내딸이 여성잡지를 뒤적이다 눈에 확 띄는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삼성생명이 여성가정에게 창업 지원금 1. 500만원을 후원한다는 광고였습니다. 딸은 주저 없이 사연을 적었고 세상은 모녀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유점분 회원님은 국밥집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제야 꼬여있던 삶의 실타래 한 가닥이 풀리기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희망의 불씨를 잡은 유점분 회원님은 이제, 세상에 뿌려진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중입니다.
마음껏 돕는 것이 꿈
“저 집이 오늘도 문을 열까?" 명절마다 시장 통 상인들 사이에 내기가 붙을 정도로 유점분 회원님의 국밥집은 문을 닫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1시 너머까지 쉴 새 없이 일한 탓에, 유점분 회원님의 다리는 파스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약해졌습니다.
하지만 유점분 회원님 얼굴과 말씨에서는 삶의 모진 고통이 남겼을 법한 구겨진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열심히 일한 돈으로 후원을 시작하면서 삶에 생기가 돈다고 하시는 유점분 회원님의 얼굴엔 순수한 소녀의 눈빛까지 반짝였습니다.
유점분 회원님의 꿈에 대한 대답에서 그 비결이 드러납니다.
“집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픈 딸을 데리고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며, 뼈저리게 느꼈어요. 크고 좋은 집에 대한 꿈은 없어요. 우리 식구 편안히 쉴 수 있는 안식처만 있으면 되요. 형편이 풀리면 맘껏 좋은 일만 하며 살고 싶어요. 저의 작은 도움으로 더 많은 기족들이 편안한 안식처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화려하거나 비싸지는 않지만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유점분표 순대국밥에는 유점분 회원님의 소박한 꿈까지 담겨있었던 것입니다. 해비타트를 돕는 손길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는 유점분 회원님의 바람처럼 순대국밥을 먹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 소박한 꿈이 뿌려지길 기대해봅니다.
글 이안커뮤니케이션 김주연 대리 /사진 인스틸 문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