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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해비타트가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

    이슈

    해비타트가 주목하는 이슈를 소개합니다.
    숨어있는 소중한 꽃을 위한 일
    • 작성일2017/06/05 10:08
    • 조회 1,953

    5월의 마지막 주 주말이었다. 때 이른 더위가 말도 안 되는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홍익대학교 4공학관과 인문사회관B동의 환경미화원 휴게실에서는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홍대 총학생회와 해비타트 동아리가 모였다. 527()부터 28()까지 학생들의 노력만으로 두 개의 휴게실은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

     

    월요일 출근한 환경미화원들은 진짜 고쳐주는지 몰랐다. 너무 고맙다면서 굳은살이 베인 딱딱한 손으로 학생들의 손을 부여잡았다.


    [홍대에서 근무하는 한 환경미화원이 대걸레로 화장실 바닥을 닦고 있다.]


    우리는 유령, 이곳은 창살 없는 감옥


    예전에는 사람들이 본 척도 안 하고 지나갔어요. 오죽했으면 우리를 유령이라고 했겠어요. 그렇게 무시 아닌 무시를 받으며 지냈죠.”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 한 환경미화원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여기 휴게실만 해도 우리끼리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렀어요. 5명이 지내기에 너무 좁고 불편하니까. 근데 전임자들도, 전 전임자들도 다 이렇게 지냈으니까 우리도 당연히 이렇게 지내야 하는 줄 알았어요.”


    현재 홍익대에는 130여 명의 환경미화원이 근무하고 있다. 휴게실은 교내 건물마다 1개소 정도. 하지만 지하실이나 계단 밑, 창고 등 후미진 곳에 마련된 작은 휴게실은 이들에게 편히 발 뻗을 자리조차 내주지 않는 답답한 공간이다. 이들 대부분은 직접 고용이 아닌 대행업체 소속이기에 불편함이 있어도 학교 측에 제대로 된 건의조차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4공학관 지하에 있는 기존 환경미화원 휴게실]


    은화과(隱花果), 숨은 꽃을 드러내다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에 나선 쪽은 홍대 총학생회였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총학은 자신들의 선거 공약 중 하나였던 청소노동자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기 위해 환경미화원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선 어렵게 마련한 100만 원의 예산으로 프로젝트 기획팀을 모집했다.


    해비타트 동아리가 합류한 것도 그쯤이었다. 동아리 회장 채종한 군은 그동안 우리 동아리가 꾸준히 해온 건축 봉사 경험이 프로젝트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총학 쪽에 먼저 연락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종한 군이 회장으로 있는 홍대 해비타트 동아리는 한 달에 한 번씩 건축 봉사를 하자는 목표를 세워두고 매달 집 고치기와 벽화 그리기 등의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한 군 역시 2015년 한국해비타트 번개건축 춘천 현장에서 봉사자 리더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봉사자였다.


    총학과 해비타트 동아리가 손을 잡으며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먼저 꽃이 없다는 뜻의 무화과에서 착안해 프로젝트 이름을 은화과로 지었다. 캐치프레이즈는 숨은 꽃을 드러내자였다. ‘숨은 꽃은 바로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환경미화원을 의미했다.


    [축제 기간에 펼쳐진 은화과 프로젝트 활동]


    휴게실별 맞춤 시공


    축제 기간인 5, 은화과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기획팀은 분리수거 캠페인, 무료 음료와 팔찌 증정 등의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의 기부금을 모았다. 실제 리모델링 공사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도 모집했다. 같은 시간 SNS에서는 은화과 프로젝트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렇게 모인 재원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공사 계획이 세워졌다. 300만 원 규모의 공사였다. 사전에 해당 휴게실을 사용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휴게실별 맞춤 시공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천정이 6m에 달하는 4공학관 휴게실은 공간디자인과 학생의 도움을 받아 두 가지 색의 페인트를 사용했다. 천장이 낮아 보이는 효과를 내기 위함이었다. 계단 밑에 위치한 인문사회관B동 휴게실은 떨어지는 먼지를 막기 위해 합판으로 틈을 메웠다.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줄이고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벽걸이 에어컨도 설치했다.


    또 겨울에 너무 춥다는 환경미화원들의 건의에 따라 휴게실 바닥에는 모두 온돌패널이 시공됐다. 이밖에도 공기청정기와 냉장고, 수납장, 선반 등 실제 생활에서 필요했던 편의용품들이 지원됐다. 추가로 모집되는 기부금 역시 환경미화원들의 의견을 받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환경미화원 휴게실]


    나가서도 우리 학생들 자랑할 거예요.”


    새로운 휴게실과 마주한 환경미화원들의 소감을 꼭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 한 환경미화원은 휴게실 문을 열었는데 너무 깨끗하고 환해서 좋았다면서 꼭 신혼 방에 들어오는 기분이라고 스윗하게 표현했다.


    또 다른 환경미화원은 홍대 학생들이 우리를 한 식구로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면서 우리도 자식 같은 학생들이 더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엄마의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보답할 게 없다면서 꼬깃꼬깃 접은 학생식당 식권을 학생들의 손에 일일이 쥐여주던 한 환경미화원은 어디 나가서도 우리 홍대 학생들이 휴게실을 이렇게 고쳐줬다고 자랑하고 다닐 것이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환경미화원들이 새로운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번에 개선된 2개소 외에도 홍대에는 좁고 불편한 환경미화원 휴게실이 많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종한 군은 은화과 프로젝트가 한번 하고 끝나는 단발성 이벤트였다면 처음부터 참여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년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총학생회장 이수환 군 역시 내년에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은화과 프로젝트는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왼쪽부터 자원봉사자 천혜령 양,  부총학생회장 이수환 군, 해비타트 동아리 회장 채종한 군, 프로젝트 기획팀 정하정 양]


    ·사진 홍보팀 김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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