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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장이들이 모여 사는 천국이 있을까
    • 작성일2017/04/04 10:06
    • 조회 1,797

    [서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사진 해비타트 기자단 박현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표지



    난장이들이 모여 사는 천국이 있을까. 조세희 작가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서두에는 이 같은 글이 나온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천국에 사는 것일까, 지옥에 사는 것일까. 소설 속 난장이 가족이 아닌 우리는 매일 천국을 그리면서 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천국과 지옥으로 구분되는 이분법적인 세상이 아닌 현실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은 아니지만 난장이 가족은 너무도 현실적인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다 헐려가는 마을 한가운데. 그곳은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이다. 난장이 가족의 조상은 대대로 상속·매매·기증·공출의 대상인 노비였다. 천 년 동안 흐른 이들의 눈물은 행복하지 않은 행복동의 헐릴 집과 무너진 담벼락 앞, 그토록 먹고 싶던 쇠고기가 올려진 밥상 위로 떨어진다.


    난장이 가족들은 모두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삼 년 반 전을 사는 난장이 아버지와 스무날 뒤의 철거를 걱정하는 어머니, 천 년인지 오백 년인지 알지 못할 세월 속을 사는 영수와 영호, 50억 광년이라는 영원을 그리는 영희까지. 너무도 다른 시간 속에 사는 그들을 이어주는 것은 행복동에 위치한 철거예정의 집뿐이다.

    행복동 집은 난장이가 일평생 일군 130만 원짜리 집이다. 하지만 투기업자들에게는 그 집이 얼마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그 집은 그저 웃돈을 붙여 팔기 위한 투기의 대상일 뿐이다. 그렇게 난장이의 일평생은 그의 선조들이 그러했듯, 누군가에 의해 거래된다.


    영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스틸컷



    한편 난장이 가족과 가깝게 지내는 지섭은 열심히 일하고 나쁜 짓 하지 않으며 살아온 난장이 아버지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한 지섭 역시 달나라로 떠나자는 현실적이지 못한 결론을 늘어놓는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꼽추는 난장이에게 서커스를 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꿈이 깨어진 후 난장이는 목소리가 변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게 된다. 자신이 꼽추와 함께 일을 했고, 큰 바퀴를 탔었다고.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므로 가족들은 난장이를 이해할 수 없다. 비정상적으로 변한 난장이는 되려 아내가 병에 걸렸다고 말한다. 이를 바라보는 꼽추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의 눈에 무엇이 비춰졌었을까.


    등장인물 중 제일 현실적인 사람은 현실에 뿌리내리지 않은 주정뱅이일 지도 모른다. 난장이 가족의 막내 영희가 사라졌을 때, 주정뱅이는 머리가 크고 다리가 가는 외계인들이 영희를 잡아갔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희가 잡혀간 곳을 난장이가 알고 있다고 말한다.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사실이었다. 영희가 따라간 사람은 행복동과 어울리지 않는 다른 세계의 외계인이었다. 영희는 아버지의 서커스를 대신해 외계인의 품에 안긴 것이다.


    그리고 영희는 외계인으로부터 난장이의 일평생이 헐린 자리에 지어질 아파트의 분양권을 되찾아오려고 한다. 손을 떨며 철거 확인증에 아버지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어가던 영희가 눈물을 흘렸다. 집을 떠나있던 시기에 진행됐던 철거 날을 알 수가 없던 것이다. 그리고 영희가 집을 떠나있던 시기에 아버지 역시 굴뚝 공장에서 떨어져 숨을 거둔다. 아버지는 벽돌 공장 굴뚝을 허무는 날 발견되었다.





    힘든 현실 속에서 누군가는 술로 하루를 달래고, 누군가는 꿈을 그리며 고독한 현실에 맞서 살아간다. 하지만 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모든 현실과 불합리를 내려놓는 시간이다. 우리 삶에서 집은 단순히 쉼터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마음을 비우고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며 다시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는 곳. 행복동에 사는 난장이 가족들에게도 집은 그런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집은 낯선 외계인에 의해 깨어진다. 소설을 쭉 읽어 내리는 동안 그 외계인이 연민과 공감이 사라진 우리 세대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통렬한 자기인식과 반성이 밀려왔다. 나는 누군가의 행복한 보금자리를, 나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단순히 값으로만 평가하고 있었던 것을 아닐까.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나의 모습이 낯선 외계인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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