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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해비타트가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

    이슈

    해비타트가 주목하는 이슈를 소개합니다.
    평당에서 500만 원으로 집 사기
    • 작성일2017/04/03 14:53
    • 조회 2,246

    [영화평 - 개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

     

     

    해비타트 기자단 김지원

     

    어느 숲속, 토끼들이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약한 동물로 태어났을까? 땅에서는 힘센 짐승들이 노리고, 하늘에서는 날짐승들이 노려. 한시도 마음 편히 살수 없어. 차라리 연못으로 가서 빠져 죽는 게 낫겠어!"

    연못으로 몰려오는 토끼들에 놀란 개구리들이 연못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본 토끼들은 자신들보다 더 약한 것이 개구리들인 것을 깨닫고 위로 받으며 숲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솝의 이야기는 분명 자신보다 더 약자의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교훈을 주지만, 이 세상에서 자신보다 더 불행한 아이는 없다고 생각하는 영화 <개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의 지소는 이솝 아저씨가 자신의 상황을 안다면 그런 소리를 하지 못할 거라고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피자가게를 하며 유복하게 살다가 파산으로 아빠도 집도 사라지고, 철없는 엄마 그리고 동생과 함께 피자배달용 미니 승합차 안에서 생활하는 지소. 지소의 소원은 그림 같은 집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멋지게 생일파티를 하는 것입니다.




    500만원으로 집을 사기 위해 강아지를 훔쳐 현상금을 받으려는 동생 지소에게 지석이 500만원을 손에 쥐어주는 장면



    지소는 직접 나서 집을 마련하려고 부동산소개소를 기웃거리다 분당 밑에 있다는 평당에 500만 원짜리 전셋집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집값 마련을 위해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 500만 원을 주겠다.'는 전단지를 발견하고서, 지소는 친구와 동생 함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골몰하게 됩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도둑질이지만 어린 꼬마 아이가 꿈의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치는 과정은 철저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비춰져 보는 이마저 순수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개를 훔치는 작전을 짠 지소와 이레가 자신의 힘으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공모자에게 부탁하는 장면



    토끼와 개구리들 그리고 지소의 성장

    영화 도입에 나오는 이솝의 토끼와 개구리 이야기. 영화 개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에 토끼와 개구리가 뒤바뀌면서 등장합니다. 지소에게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개구리가 되기도 하고 토끼가 되기도 합니다. 지소는 자신이 개구리라고 생각하지만 강아지 월리 앞에서는 토끼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지소 자신은 알아채지 못한 채, 토끼가 되기도 개구리가 되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합니다.


    아이의 성장을 담은 내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른과 아이가 구분되어 크게 갈등하는, 뻔한 모습이 보이지 않고 의외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이는 무키 아저씨는 오히려 사회를 조용히 보듬고 어루만지는 따듯한 인물입니다. 지소의 잘못을 알면서도 애써 가르치려 들지 않고 아이 스스로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간격을 두고 지켜봐 주는 눈빛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개의 주인인 아줌마는 지소의 계획을 알게 되었음에도 혼내거나 내치지 않습니다. 훈계도 원망도 하지 않는 아줌마의 마음 씀씀이는 분명 지소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하도록 도와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소의 독촉에 엄마는 주인 없는 허름한 집에 들어가 살려고 한다.

    지소는 허름한 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꾸미면 괜찮을 거라는 엄마의 말에 함께 마트 장을 본다.

    집을 꾸밀, 지소의 희망이 담긴 발매트를 지소에게 보여주는 모습



    집의 의미

    지소에게 집이란 단지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하며 과시하는 일시적인 장소가 아닙니다. 영화 초중반만 해도 지소에게 집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도구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레의 생각을 도발하는 어른은 떠돌이 대포입니다. 세상 전체를 집 삼아 사는 것,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힘을 내주는 데서 기쁨을 얻는 것. 대포라는 존재는 이레에게 혹은 우리에게 행복을 위한 전제, 혹은 행복하기 위한 목표 같은 게 꼭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보편타당한 의 존재는 사람이 쉴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초등학생 아이에게 이런 마음의 안식처가 없다는 것은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자신의 삶의 한부분에 행복한 삶의 배경이 없다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소는 생일파티가 아니라 자신의 가정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승합차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집에 붙어진 빨간 딱지 때문에 아빠가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는 어린 지소입니다. 그렇기에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집구하기에 자신이 나서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이레는 마지막 순간에 500만 원을 받아서 집을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지켜주는 것, 그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 가족과 가족,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소중 히 하는 것, 그것이 을 얻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열 살 소녀라서 세상의 진짜배기를 단박에 알아보고, 단박에 받아들여 천진함의 힘이 느껴집니다. 행복을 위한 전제들이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대단한 것까지 그 틀을 남들과 견주느라 우리는 진짜 행복을 잃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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