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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타트가 주목하는 이슈를 소개합니다.현실에서 사랑과 꿈을 노래하는 가난한 예술가들
- 작성일2017/03/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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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 렌트]
글 해비타트 기자단 한갑비
영화의 첫 장면 - 뮤지컬 렌트의 초연 당시 배우들 대부분이 영화에 참여했다.
Seasons of Love
영화의 도입부에는 모든 주연배우들이 무대 위에 서서 1년의 시간은 사랑을 하기 위해 사용하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이 예술가들은 저마다 사랑과 꿈을 위한 길을 걷는다. 1990년 언저리의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가난한 예술가들은 죽음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사랑을 찾아, 꿈을 찾아 움직인다.
이 영화는 가까이서 보면 어느 하나 평범한 캐릭터가 없다. 스트리퍼, 무일푼의 불법거주자, 에이즈 환자, 양성애자, 동성애자,여장남자, 행위예술가 등 정말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현실에 쉽게 타협하지 않고,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소수자라는 굴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영화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 꿈을 배신하고 멀어진 사람, 꿈 없이 방황하는 사람 등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인생, 삶을 보여준다. 1989년의 뉴욕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은 어둡다. 그리고 힘들다. 꿈을 좇는 사람들은 집세 낼 돈이 없어 쫓겨나기 일보 직전에 있고 그 집마저도 허름한, 뒷골목의 집이다. 이 뒷골목의 예술가들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협을 제안하는 손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소신을 지킨다.
영화 속의 세 커플 죠앤과 모린, 로저와 미미, 앤젤과 톰.
사랑은 돈으로 살 순 없지만 돈으로 빌릴 수는 있다.
행위예술가 모린은 마크와 로저가 세 들어 사는 건물 철거를 반대하는 공연을 준비한다. 마크를 떠나 새로운 여자친구인 죠앤에게 간 모린. 그리고 이들의 친구였던 베니는 이 건물을 철거한 후 예술 센터를 지으려고 한다.
베니는 마크와 로저에게 공연을 막아주면 세를 받지 않고 살 곳을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자신처럼 현실과 타협하라는 손을 내밀지만 두 사람은 베니의 손을 잡지 않는다. 반대로 마크는 모린의 공연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덕분에 큰 계약을 얻어낸다.
로저는 아래층에 사는 미미와 사랑에 빠진다. 미미는 현실에 치여 사는 마약중독자인 에이즈 환자이고, 로저는 인생을 말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하는 에이즈 환자다. 미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고뇌하는 로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가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안심하고 사랑을 이어나간다.
모린은 변호사인 죠앤과 연애하지만 특유의 붙임성 때문에 죠앤의 의심을 산다. 항상 누구에게나 작업을 걸고 추파를 던지며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결국 약혼식날 헤어지게 된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한 여자와, 계속되는 의심으로 자기 자신을 힘들게 몰아가는 이들은, 이들의 연애가 우리의 연애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캐릭터는 앤젤이다. 이름만큼 매력적인 이 캐릭터는 여장남자로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앤젤은 자신의 모습에 갇히지 않고 행복을 좇아 살고 있다. 사랑에 충실하고, 행복에 충실한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톰과 함께 인생의 마지막에서 행복한 삶을 누린다.
이 모든 등장인물의 공통점을 마크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예술을 등지고 현실과 타협하지도 않고, 인생의 가치를 찾기 위해 항상 카메라를 들고 거리의 삶을 기록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친구들의 인생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다.
이들은 결국 뿔뿔이 자신의 길을 찾아 흩어지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뒤의 삶을 이어간다. 예술을 쫓은 결과로 우리에게 보여지는 칙칙한 현실 탓에 개운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지금 우리의 사랑을, 삶을 지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알려준다. 대사 중에 사랑은 돈으로 살 순 없지만 빌릴 수는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선 사랑을 쟁취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배우들이 모두 모여 La Vie Boheme을 부르는 장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엘사의 목소리를 맡았던 이디나 멘젤이 모린 역할을 맡았다.
삶은 빌린 것, Viva La Vie Boheme!
이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젊은 사람들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보낸다. 보헤미안의 삶을 찬양하는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즐기는 법을,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채로운 캐릭터들로 인해 우리는 또 다른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눈에 달라 보이는 사람들도 결국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도 사랑에 목마르고, 예술을 추구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파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편견과 오해에 둘러싸여 멀리하고, 불편해할 줄만 알았지 이들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던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입부의 노래처럼 가난한 예술가들은 자신의 1년을 사랑으로, 그리고 예술로 꽉 채워 살고 있다. 현실에 치여 구질구질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반짝반짝 빛낸다. 그리고 자신의 빌린 삶을 보헤미안의 감성으로 꽉 채워 산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어디선가 빌린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생각하게 된다.
예술가들이 사는 곳 East Village, New York City
마크와 로저, 미미는 철거 직전의 낡은 아파트에 산다. 영화 초반부에는 마크와 로저가 아파트 렌트 비용을 내지 않겠다고 노래를 부른다. 건물 외벽엔 돈을 내라는 통지서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집세를 내지 못해 수시로 전기 공급이 중단된다. 심지어 영화 중반부에는 렌트 비용을 내지 않아서 아파트 입구에 자물쇠가 채워진다. 영화 속 인물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물쇠를 부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미 모든 짐은 사라져 있었다.
이들은 변변한 수입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꿈을 따라 산다. 이들에게 이 아파트는 제대로 된 주거 공간이라기 보다 그저 몸 누일 곳이며,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다. 1980년대의 뉴욕이 현재의 대한민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산다. 영화에 나오는 낡은 아파트보다 못한 고시텔, 발 뻗고 누우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방에 살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은 집이 없다는 현실에 고단해 하지도,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현재를 즐기는 마음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영화 초반부를 지켜보며 렌트 비용을 내지 않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노래하고, 말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나와 등장인물들을 비교하게 된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