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비타트와 함께한 이들의 후기 인터뷰, 지금 만나보세요.[인터뷰] 모든 디자인엔 의미가 있다
- 작성일2018/03/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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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재능기부자 김슬기 씨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자인 재능기부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입니다. 대학원생 김슬기(24세)씨 역시 한국해비타트와 디자인 재능기부로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세상의 10프로를 위한 디자인이 아닌 90프로를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디자인 말이에요.”
지난해 새롭게 바뀐 해비타트 디자인 가이드를 토대로 교회 브로슈어를 제작하고, 팜플렛과 같은 인쇄물을 디자인했습니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더해 티셔츠, 뱃지 같은 홍보 소품도 만들었습니다. 모두 25개 정도의 아이템에 이릅니다.
“모든 디자인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새롭게 바뀐 해비타트 컬러를 보니 희망과 자유가 느껴지더라고요. 대중들과 함께 이런 느낌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의 해비타트 컬러가 주는 이미지가 ‘우직함’이었다면 이제는 이 밝은 이미지를 널리 알려야할 때라고 생각해요.”
디자인 재능기부자 김슬기 씨(동덕여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그는 변화된 디자인이 <해비타트>라는 브랜드가 주는 정직함과 투명성, 따뜻한 분위기를 잘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통일성 있는 제작물이 필요하다고도 피력했습니다. 디자인 리뉴얼을 위해 기존의 인쇄물과 홍보물품을 꼼꼼히 살핀 뒤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한 뒤엔 실물 크기에 맞게 샘플을 만들어 학교 졸업 작품에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해비타트와의 지속적인 교류로 발전, 우편봉투와 쇼핑백, 종이홀더의 상용화까지 이르렀습니다.
“‘역시 너답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화려한 것보다 깔끔하면서 임팩트 있는 디자인이 저와 잘 어울렸나 봐요. 특히 한국해비타트에서 제 디자인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에 친구들이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해주더라고요.”
대학원 면접에서도 면접관들이 직접 ‘디자인 작업물이 실제로 해비타트에서 사용 되었냐’고 물었습니다.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하자 대학생이 재능기부로 디자인을 통합했다는 데에 높은 점수를 준 것 같습니다. “거기에 이를 믿고 맡긴 한국해비타트에 대한 신뢰도 꽤나 인상 깊게 인식되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더해졌습니다.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정의하다
그는 디자인을 단순히 직업(job)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이란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굳은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디자이너의 역할은 디자인을 통한 사회 구조와 사회 구성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말예요. 나눔을 더하면 곱하기가 된다는 비유를 들어가며 말씀해 주셨는데 그게 제 삶에 흡수된 거죠.”
교회 청년부 홍보팀에서 디자인 봉사를 하며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재정립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기획, 홍보,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든 분야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제가 하고 싶던 디자인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었죠.”
다만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단순 봉사로만 그치치 않도록 하기 위해 한 제작물을 만들지라도 기획에 맞춘 디자인을 하려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교회에서 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장기프로젝트의 경우 최소 6개월이 소요되는데, 매주 3시간씩 작업해야 하는 일이죠. 함께한 친구들의 노력이 교회 밖에서도 쓰여 지길 바랬어요. 디자인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능력이 사회적으로도 구현될 수 있도록 고심했죠. 재능기부가 그냥 자기만족을 위한 봉사로만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디자인이어야 이들의 재능기부 참여도 더 활발해질 거예요.”
스무 살 때 시작한 비전 기도, 디자인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겠노라 결심하다.
예전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내 삶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비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인권 운동자도 아니고, 경영과도 아닌데, 내 재능으로 어떻게 사회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교회 봉사 말고는 특별한 이력도 없고.. 디자이너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공공 디자인을 선도하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는 고민도 해 봤지만 비싼 유학비는 물론 명문대 출신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도 없었습니다. 불현듯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는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하는데, 네가 그래야하지 않겠니?”
처음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에게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했던 그 말이 떠오르며 그간 학교 및 교회, 대외활동에서 펼쳐온 디자인 재능기부 활동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법 하나의 스토리가 되는 듯 했습니다. 나를 위한 디자인이 아닌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펼친 디자인으로 말입니다.
“NGO같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확고한 비전이 생겼어요. 세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거든요. 연봉은 적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천국에서 받는 보상이 더 값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요즘이에요.”
“훗날 외국에 나가서 디자인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요. 잘 할 수 있겠죠?”
그는 올해 국제대학원 디자인경영학과에 입학합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몰두할 수 있고, 기획부터 실무까지 모든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큽니다. 전공자 비전공자가 모여 커뮤니케이션해 나갈 일들이 사뭇 긴장되지만 그마저도 금새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 탓일 겁니다.
“제 비전은 외국으로 나가서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에요. 지금도 계속 기도하고 있어요. 자신도 없고, 미래가 막연하기만 해 잘 그려지진 않아요. 하하. 그래도 뭐, 기도하다보면 알아서 주님께서 잘 인도해주시겠죠?”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 말하지만 그의 말투엔 꽤나 확신이 차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이 주는 힘을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훗날 그의 꿈이 다 이루어질 때, 오늘의 대화가 값진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글 홍보팀 양유진
사진 홍보팀 김은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