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비타트와 함께한 이들의 후기 인터뷰, 지금 만나보세요.“외관을 바꾸면 생각이 변하죠” ... 파사드디자인 재능기부자를 만나다
- 작성일2017/06/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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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성나눔의집 3호점 파사드 디자인 전/후. 5인의 재능기부자가 참여해 변화를 이끌어냈다.
사람에게 옷이 중요하듯 건물에도 외관은 중요합니다. 외관이 주는 변화가 거주자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기 때문입니다.
창조건축사무소 이정호 과장, 한제원 대리, CDS건축사사무소 이호석 과장은 ‘외관을 디자인하는 것은 공간의 편견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장애인쉼터 ‘석성나눔의집 3호점’의 파사드디자인(외관 디자인)으로 재능기부 활동을 한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예산은 적지만 의미만큼은 큰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요”
한제원 대리는 특유의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재능기부 모임을 이끌었다
창조건축 한제원 대리(33)는 건축설계를 담당하는 5년차 건축사입니다. 현재는 파주사업본부에 파견, 1년째 서울과 파주를 오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해비타트에 재능을 기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회사 규모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예산이나 건물 규모가 큰 프로젝트 경험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그런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재미있고 좋았는데 어느덧 5년차가 되니 슬슬 매너리즘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규모가 작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소속 건축사무소 선배들과 저녁식사를 할 때였습니다. “다들 같은 고민을 갖고 있더라고요.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에 대해서요. 본인들이 가진 전문성을 좋은 일에도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 딱히 방법을 모르니까... 진짜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함께 기부 단체를 탐색해 보기로 했어요.” 그 중 해비타트는 대학교 때부터 많이 들어온 단체였습니다.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의 소유자 한 대리는 모임을 대표해 해비타트에 연락을 했고 마침 해비타트가 기획하던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아니 어쩌면 필연일지 모르는 이 만남을 통해 5인의 재능기부자는 장애인시설 개선사업 프로젝트에 합류했습니다. 한국해비타트와 석성일만사랑회가 올해로 3번째 진행하는 프로젝트 ‘석성나눔의집’을 함께 만들어 나가게 된 것입니다.
석성나눔의집 3호점 조감도
석성나눔의집 3호점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입니다. 1995년 지어진 이후 특별한 개보수 작업이 없었기에 시설이 매우 낡고 노후화 된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한국해비타트는 시설의 내부 리모델링을 맡았으며, 5인의 재능기부자는 건물의 외관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맡아 본격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회사일과 재능기부를 병행해야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점심시간을 활용하거나, 저녁엔 일을 마치는 대로 커피숍에 모여 디자인을 보완하는 등 열정을 다했습니다. 장애인시설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생각과 시선을 공유하며 더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파사드 디자인을 통해 장애인시설에 갖는 암묵적 편견을 없애고 싶었어요.”
이호석 과장은 “장애인시설의 변화된 외관은 거주자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이호석 과장(34)은 파사드 디자인을 통해 장애인시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우고 싶었습니다. “장애인시설이라 외관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인시설에 갖는 암묵적 편견이 있잖아요. ‘장애인시설은 당연히 이런 모습일거야’라는 것. 그 시선에 따라 거주자를 대하는 태도도 이미 정해져 있기 마련이라 그런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외관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 내면의 변화도 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은 이번 활동의 원동력이자 최종 목표가 되었습니다. “외관이 변화되면 그곳을 방문하는 방문객들도 거주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거라 생각했어요. 덩달아 거주자들의 자부심도 높아질 걸 기대하며 디자인을 시작했죠.”
“건물의 외관을 ‘띠’로 엮어 깔끔함과 따뜻함을 부여했죠.”
이정호 과장은 시설이 지닌 지저분한 외관을 따뜻하고 쾌적하게 바꾸는데 주력했다.
앞서 이호석 과장이 편견을 없애는 디자인에 집중했다면, 파주사업본부 이정호 과장(33)은 건물의 지저분한 구조를 보완하겠다는 실리적 측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건물이 안팎으로 지저분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더라고요. 하나의 건물을 중심으로 이쪽엔 창고, 이쪽엔 현관, 저쪽엔 주방이 들쑥날쑥 덧대어진 느낌이랄까요. 한마디로 지저분한 형태였어요(웃음). 이런 구조를 보이지 않게 가리면서 어떻게 하면 동시에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시설이 산 아래 있어서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도 나더라고요. 마음 같아선 시설물을 다 철거하고 싶었는데 그러면 돈이 많이 들어가니 안 되잖아요. 결론적으로 건물을 하나로 묶는 ‘띠’같은 모습으로 외관에 면을 세우기로 했어요. 최대한 깨끗해 보이도록 말이에요.”
예산의 한계로 인해 무려 10번이 넘는 디자인 제안이 오고간 웃지 못할 추억도 있었지만 이런 어려움도 이미 경험된 바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예산으로 인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 어느 프로젝트에나 존재해요. 그간 일해 온 5년은 바로 이런 차이를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쌓았던 거죠.”
“DIFF(디프), 깊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들 거에요”
만족감이 크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았던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이들은 앞으로도 해비타트 재능기부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단순히 멋지고 예쁜 건물이 아니라, 실제 거주자 입장에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로서의 디자인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
문득 팀을 지칭하는 이름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혹시 그 이름 속에 그들이 지닌 나눔의 가치가 담겨져 있진 않을까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모임 이름이요? 사실 지난번 해비타트 첫 미팅을 마치고 바로 지었어요. 기왕 활동할 거 재밌게 하자 싶었거든요. 이름은 ‘DIFF(디프)’에요. 자음만 모아서 ‘ㄷㅣㅍㅍ’라고 하기도 해요. 깊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들자는 뜻이죠. 앞으로도 한국해비타트와 이런 깊이 있고 차별화된 재능기부로 함께하고 싶어요.”
글 홍보팀 양유진
사진 해비타트 기자단 김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