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비타트와 함께한 이들의 후기 인터뷰, 지금 만나보세요.계속되는 재난에 대비하는 법 - 미리 준비하고 스스로 참여하는 재난 대응
- 작성일2017/02/10 18:14
- 조회 2,009
재난은 반복되지만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안됩니다. 사람의 힘으로 재난을 막을 순 없지만 재난으로부터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해비타트는 반복적인 재난을 겪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 주민들을 위해 재난대비 역량을 높이고, 발생 가능한 2차 피해에 대해 해당 지역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한 쉘터 인식을 위한 참여적 접근법(Participatory Approach for Safe Shelter Awareness, 이후 PASSA)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재난이 발생했나요?”
PASSA는 지역사회 재난발생 시기와 현황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동안 발생한 재난과 피해를 정리하는 중]
인도네시아는 자연재해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로 거의 매년 큰 규모의 지진, 홍수, 쓰나미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재난만 해도 무려 70회에 이를 정도입니다.
[2005~2016 인도네시아 재난 유형 및 빈도수]
특히 자바 섬 세마랑 시에 위치한 칼리아랑 바루지역은 가뭄, 홍수, 산사태가 잦은 지역으로 매년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논과 밭이 훼손되어 식량이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바루 지역은 9개의 마을로 나누어져 있으며 총 475세대, 1,489명이 모여살고 있습니다. 주민의 99%는 단순 노동직, 운전사, 미장 일 등과 같은 일용직 종사자로 이 중 50%가 최빈곤층에 해당합니다. 이들이 사는 집도 대부분 진흙바닥에 통풍이 안 되고 화장실이 없으며 기초 공사가 매우 부실하기에 재난이 올 때마다 피해가 쉽게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주변 지역에 비해 식수 및 의료, 상하수도 등 공공시설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한국해비타트는 인도네시아해비타트와 함께 주택 복구 사업뿐 아니라 재난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역량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 외양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혹은 덜 무너지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도 해비타트의 할 일입니다.
이 곳 주민들은 평균 30년 이상 거주하면서 비슷한 재난을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기에 그간의 문제에 크게 공감하고 있었으나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반복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비타트는 지역사회 기반의 재난위험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바탕이 되어 대안책을 마련해야 가장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하기에 주민 중 25명을 선발했습니다. PASSA 프로그램에 선발된 주민은 지역 발전에 관심이 많고 교육에 꾸준히 참석할 수 있으며 마을 내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했습니다.
“재난에 취약한 곳과 비교적 안전한 곳을 표기해 보세요”
위험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바로 재난 대비책
[지도를 활용한 재난 취약지역 구분활동]
PASSA는 마을 내 안전·치안·위생을 해치는 요소들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여기 빨간 포스트잇을 붙일래요. 배수로에 시멘트 공사가 되어 있지 않아 적은 비에도 물이 범람하거든요.” “여기 골목 보이죠? 가로등이 몇 개 없고 어두워요. 재난 시 대피하려다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요. 파손된 도로 블록도 노인이나 아이들이 대피하다 넘어질 요소가 있죠.” 주민들은 그간의 불편함에 관해 인지하기 시작하며 안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를 도출해 냈습니다.
[지역 대표들이 모여서 문제에 대해 토의하고 협의하는 과정]
교육의 후반부에는 재난위험관리뿐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대안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지 정부 관계자가 협력해 정보를 전달했고, 해비타트는 사업 예산 내 실현 가능한 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되 계획을 실행하기까지 위험요소는 없는지, 어떠한 대안책을 마련해야 하는지도 심도 있게 분석했습니다.
“가로등 설치는 안전한 대피를 위해 꼭 필요해요”
2차 피해 최소화를 위한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9개월간의 프로그램 결과, 주민들은 재난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협의하며 가로등, 공동경비소, 배수로, 도로포장, 쓰레기장의 위험요소를 개선하는 결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직접 가로등을 교체하고, 수해 때마다 항상 문제가 되었던 배수로를 보수했다.]
“공동경비소를 설치했어요. 주민들이 번갈아가며 자리를 지키는 덕분에 평상시엔 치안을 돕고 재난 시엔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죠. 이뿐이 아니에요. 배수로를 정비해 그간 물이 범람해 수해 피해를 줄이고 도로포장도 새로 해서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이 대피할 때 다칠 수 있는 위험을 줄였죠.”
“가로등 설치를 늘렸어요. 후원사의 도움으로 가로등을 설치하면서 우리 주민들도 직접 모금해 추가로 더 세웠어요. 이번에 설치한 가로등은 내구성도 높고 전구 가격도 적정해 해비타트가 떠난 뒤에 저희가 보수할 수 있습니다. 가로등이 생긴 뒤로 밤중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어서 마을 내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아요.”
홍수 피해를 가중화 시키던 쓰레기 무단투기에 관하여는 여전히 주민들이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주거 환경에 대한 추가적인 인식개선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해왔습니다.
“주민 참여 100%, 이젠 스스로 가꿔가야죠”
변화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집니다
[PASSA 매뉴얼 핸드북을 제작하고 마을 주민에게 배포]
PASSA에 참여한 25명은 각자 마을로 돌아가 이웃들에게 배운 것을 나누고 교육 내용이 담긴 책자를 배포해 지역의 전체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9개 마을 단위로 지역 내 문제를 파악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향상시키며, 안전한 주거지에 대한 인식을 점차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또다시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주민들 스스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생겼습니다.
PASSA 교육을 통한 주민들의 인식개선은 이제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나아가 타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면 그 영향력은 실로 클 테지요. 주민의 참여가 가진 변화의 잠재력은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