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비타트와 함께한 이들의 후기 인터뷰, 지금 만나보세요.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 작성일2017/01/02 10:23
- 조회 2,975
글 해비타트 기자단 김지원
사진 홍보팀 김은총
편집 한국해비타트
흉악한 강력사건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경제적, 신체적 피해와 심리적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즉, 누구도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그 현장이 집과 가까운 곳이라면 더욱 심각합니다. 더 이상 집이 안식처가 아닌 피해 상황을 상기시키는 고통스러운 장소가 되어버릴 테지요.
한국해비타트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피해자의 신속한 회복과 일상 복귀를 돕고자 주거 지원에 나섰습니다. 기존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살인·강도·강간·중상해·방화 등 5대 강력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한 임시숙소를 무료로 제공 중이지만 그 기간이 2주에 불과해 좀 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안정된 주거가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23일(금) 오후 2시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서 범죄피해가정 주거 지원사업 1호 헌정식을 가졌습니다. 헌정식을 축하하듯 하늘에서도 흰 눈이 내렸습니다. 눈은 곧 소복이 쌓여 큰 창을 가진 하얀 집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새집의 주인공은 이슬기(41·가명) 씨입니다. 지난 8월 두 자녀와 함께 살던 원룸에서 아픈 사건을 겪으며 아직 신체적, 심리적 회복기에 있는 상태입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이 씨와 두 자녀가 새로운 삶의 전환기를 맞길 바라며 한국해비타트에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후 5주간의 공사 끝에 이 씨의 집을 완성했습니다. 새집은 친환경적인 목조건축을 바탕으로 높은 내구성과 안정감을 겸비했습니다. 20평 남짓한 1층과 8평 정도의 2층으로 담백한 규모를 자랑하는 집입니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가면 세 식구가 따뜻한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주방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거실에서 유독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던 건 아마 세 식구가 살아갈 화목한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1층의 두 방은 세상에서 가장 닮은 두 사람, 이 씨와 초등학생 딸의 방이 있습니다.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방은 마치 모녀이자, 인생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두 사람이 마주보는 것처럼 자리해 있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아들에겐 2층의 작은 거실과 방을 마련해 독립된 공간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문득 새집의 외관이 빛나 보였습니다. 튼튼해 보이는 주변 집들이 이 씨의 집을 둘러싸며 가족을 보호해주는 듯 보였기 때문일까요. 유독 많은 창문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해비타트 충남세종지회 최영 건축팀장은 “이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긴급히 집짓기를 진행했어요. 이 보금자리가 세상과 소통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창이 16개가 있는 집을 지은 것이죠.”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갑작스런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이 여전히 많은데, 계속해서 그들에게 안락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요.”라고 전했습니다.
헌정식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을 축복하는 듯 새하얀 눈이 다시금 찾아왔습니다. 헌정식에 참석한 관계자 및 주민들도 북적거리 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귀한 사랑을 나누는 축복들이 새 집에 입주할 이 씨 가족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천안아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오세관 사무국장
천안아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오세관 사무국장은 “매년 봄과 가을 2번씩 피해자를 위한 집 고치기를 해왔습니다만 이렇게 직접 집을 지어준 것은 처음입니다.”라며 “한국해비타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씨의 경우 가해자가 사망해 보상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이 씨의 치료비와 생계비는 물론 퇴원 후 새로운 직업 알선과 아이들의 학자금까지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병원에 입원 중인 이 씨 대신 참석한 여동생은 감사인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언니가 사고 당시 응급실에 실려가 24시간 동안 무려 3번의 수술을 했어요. ‘하나님 제발 살려 주세요’라고 수 백번 기도했죠. 수술이 무사히 마치고는 이렇게 다짐했어요. ‘하나님께서 이렇게나 좋은 선물 주셨는데, 퇴원 후에는 하나님을 진짜 믿어야겠다’고 말이에요. 남에게 베풀 줄도 받을 줄도 몰랐던 우리 자매에게 하나님이 선물을 주신 것 같아요. 감사해요. 그리고 언니가 회복될 때까지 계속 관심을 가져주세요.”
헌정식은 하얀 눈의 축복 속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완공된 새집은 이 씨와 가족에게 건네는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집을 지은 목수들, 축하를 건넨 이웃들 모두 산타가 되어준 덕분이겠죠. 이 씨 가족은 물론 이웃들에게도 이날이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