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비타트와 함께한 이들의 후기 인터뷰, 지금 만나보세요.‘포켓몬고’만큼 중요한 ‘공간정보’ 이야기
- 작성일2016/08/24 11:28
- 조회 4,513
‘포켓몬고’만큼 중요한 ‘공간정보’ 이야기
대한민국은 지금 포켓몬고 열풍입니다. ‘포켓몬고‘는 앱상의 지도를 보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특정 지점에서 포켓몬이 출연하면 포켓볼을 던져 캐릭터를 포획하는 게임으로 최근 아시아 15개국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대한민국에선 속초, 양양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포켓몬을 만나볼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공간정보에 대한 해외 반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공간정보법이 주요 원인입니다. 공간정보, 그것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중요시 여겨지는 걸까요?
공간정보란 위치에 대한 사전정보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걸 말합니다. 이때 ‘정보’는 새로운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기에 단순한 정보 이상의 가치를 가지면서 중요성을 띄게 됩니다.(공간정보에 필요한 2·3차원의 구분은 여기서 하지 않겠습니다.)
따라서 공간정보는 포켓몬고에서 느끼는 재미를 넘어, 기후변화, 재해·재난, 빈곤, 질병 등의 해결을 위한 주요 지표로 사용되곤 합니다. 해비타트도 이 정보를 통해 모든 사람이 안락한 거처에 살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그렇다면 해비타트에서의 공간정보는 어떤 것일까요?
지난 7월 28일 (사)글로벌발전연구원 ReDI: 월례토크콘서트를 통해 <국제개발협력사업의 ‘공간정보’ 활용>을 주제로 발표를 이끈 해외사업팀 원신애 매니저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공간정보란 무엇인가요?
공간정보는 2,3차원 좌표 안에 위치, 분포 등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정보를 이야기해요. 학창시절 모눈종이에 찍은 점처럼 가로, 세로, 높이(x,y,z좌표) 형태로 나타나죠.
중요한 건 앞서 언급했듯 공간정보가 의사결정의 중요한 정보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공간정보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데이터베이스화 해 놓으면 해당 지역의 다양한 정보를 이용해 가장 최적의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할 수 있어요. 이러한 기술의 발달이 최근 인류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는데 일례로 메르스, 에볼라와 같은 질병에 적극 활용되어 퇴치에 크게 기여한 바 있어요.
해비타트에서는 어떤 사업에 공간정보를 활용하나요?
사업을 수행하면서 공간정보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재난대응’이에요. 일정규모의 거주지를 형성하거나 개별 주택을 지원할 때 대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고 거시적으로는 재난의 피해 지역, 피해 규모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정보가 포함된 지도 등을 활용하고 있죠.
간단한 예로 네팔재난 발생 후 48시간 만에 공간정보를 활용해 만들어진 지도를 볼 수 있어요. 네팔정부에서 진행했던 센서스 자료와 당시 네팔 내에 있던 수많은 시민들에 의해 피해규모에 대한 정보가 취합되었고 이를 활용해 피해규모에 대한 개괄적인 파악을 할 수 있었어요. 지역별 피해규모, 활동 중인 NGO 지원물품 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었죠.
바누아투 지진의 경우도 비슷한데, 재난 발생 초기에 사전조사를 통해 파악된 피해규모가 정부 또는 UN기관을 통해 제공되었고, 덕분에 각 NGO가 일하는 구역을 설정해 지원계획이 중복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도왔죠.
네팔 재난당시 공간정보지도(좌), 바누아투 재난당시 공간정보지도(우)
공간정보에 관한 사용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있나요?
국내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던데요.
맞아요. 외국인이면서 국가기관도 아닌 저 같은 사람이 위성사진을 가지고 조사를 진행하려고 하면 국가안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인도네시아 산간지역 마을에서 진행했던 재난지도 제작을 위해 위성사진 촬영을 의뢰했는데,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이를 문제 삼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수동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죠. GPS를 들고 마을을 직접 걸어 다니면서 길, 샛길, 주요 지형지물, 주택 등의 위치를 표시하는 거였어요. 일반적인 지역사회에서의 재난지도는 크게 정밀도나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오히려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 하면서 얻는 정보가 훨씬 더 가치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재난 피해를 입었던 지역, 피해를 입었던 가정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과거에 지역사회에서 발생했던 재난에 분석을 하고, 마지막으로 지역주민 약 40명을 초대해서 GPS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재난지도를 그리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GPS나 위성사진을 활용하더라도 지역사회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샛길 등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주민들만이 알고 있는 샛길을 표시하고, 주택을 표시한 뒤 주택별로 재난대비 안전여부를 표기했어요. 그리고 GPS를 이용해 파악한 정보와 비교해 최종 지도를 구현했어요. 언뜻 보면 지도가 참 귀여워 보이지만 프린터기 없이 작업한 것이라 상당히 많은 기술을 집약적으로 사용한 거랍니다.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마을지도. 재난위험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센툴
위성을 사용하지 않은 공간정보라.. 무척 흥미롭네요. 이런 사례가 더 있나요?
사실,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런 조사방법이 현지에선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재난대응 분야에서 많이 수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PASSA(Participatory approach for Safe Shelter awareness, ‘파사’라고 칭함) 사업을 예를 들어볼게요.
PASSA는 GPS 혹은 지리정보를 이용해서 파악한 지도 밑그림을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재난에 취약한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뒤, 주민들 스스로 그 취약성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대책들을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계획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 과정을 통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지도가 완성되죠. 주민들은 대부분,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옹벽을 설치하거나 대피소를 설치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계획해요. 그러면 저희는 가능한 예산 내에서 해당 계획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죠.
결국 공간정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인 것 같네요. 그럼 공간정보를 통해 사회, 경제, 역사, 지리적인 요소가 무분별하게 섞여 있는 거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더 거시적인 사회문제로 시선을 돌려보면,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슬럼’문제가 있어요. 특히,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슬럼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전체 도시 인구 중 86% 정도가 슬럼에 거주하고 있는데다 계속 빠르게 거주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죠. 다카는 지리적으로 삼각주에 위치하고 있어 홍수에 상당히 취약한데다 기존 재난취약지역(습지, 저지대)마저 빠른 속도로 거주지화 되면서 위험에 노출된 주민이 늘어났어요. 현재 전체 인구의 70%가 지역의 20% 공간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을 정도니 한정된 거주 지역 내에서 화재, 질병 등에 취약한 건 자명한 사실이죠.
이런 빠른 슬럼화로 인해 해비타트가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해 온 슬럼개발사업에도 여러 어려움이 뒤따랐어요. 슬럼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 동안 다양한 기관들이 작성했던 지리정보가 무용지물이 되었고,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들끼리의 정보교환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원이 중복되거나 소외되는 지역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어요. 이를 위해서 해비타트는 Urban INGO Forum, DNCC(Dhaka North City Council), BUF(Bangladesh Urban Forum)등과의 협의를 통해서 다카 슬럼의 공간정보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카 슬럼 공간정보 구축사업에 대해 더 알려주세요.
각 기관이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던 지리정보계획을 하나로 통합, 이를 다카 시의회(DNCC)에서 관리하는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드는 것이에요. 여기에는 세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 먼저, 슬럼 주민들에 대한 세대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지역사회의 실제적인 필요를 담아내는 사회경제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해요. 그 후엔 이를 관리하는 다카 시의회(DNCC)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정부가 이 정보를 통해서 효과적인 지역개발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옹호활동도 병행해야하죠.
사회경제적인 데이터를 만들어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정부에 인계해 오픈소스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에요. 저희는 이 자료를 통해 슬럼 지역에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해요.
마지막으로, 공간정보가 국제협력에 잘 활용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알려주세요.
기술이란 기술을 사용하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고 반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게 해주어요. 그렇기에 우리가 얻어내야 하는 정보, 해결하고 싶은 문제, 기술의 적절성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죠. 저희가 지도를 만드는 목적도 지도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해결방법을 도출하기 위함이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활용해야 하는 기술의 크기는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내는 것이 중요하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기술에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그들의 필요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개발협력 분야에서의 기술 활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