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비타트와 함께한 이들의 후기 인터뷰, 지금 만나보세요.번개집고치기, 핫-해 핫-해!
- 작성일2016/08/19 13:50
- 조회 3,679
종로구에 위치한 ‘이화마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곳입니다. 누군가는 ‘이화마을’을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벽화를 떠올리거나, 아기자기한 카페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곳은 관광지이기에 앞서 주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주거지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곳이 더 많기도 합니다. 이화마을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위해 오늘 번개 봉사자들이 나섰습니다.
매년 가장 더운 여름이면 펼쳐지는 한국해비타트 서울지회 집고치기 프로젝트입니다. 8월 6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때 손보지 못한 10여 가정의 집을 새 단장했습니다.
그런데 왜 ‘번개’ 집고치기냐고요? 2주 동안 번개처럼 봉사자가 모여, 여러 세대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번개처럼 빠르게 개선하기 때문이죠.
처음 방문한 마을이지만 티셔츠를 맞춰 입은 봉사자들의 뒤를 쫓느라 길 잃을 염려는 없었습니다. 덕분에 이화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멋진 거리의 풍경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날은 최고기온 36℃로 올 여름 최고기온을 갱신했던 날!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땀이 주르르-륵 흐르는 더위였지만 이마저도 봉사자들의 열정을 막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좌측에 보이는 한 칸짜리 방이 오늘의 현장입니다. 약 3평 남짓한 공간. 규모는 작지만 주인공 할아버지의 삶이 반영된 곳입니다. 벽은 습기로 곰팡이가 슬었고, 천장엔 구멍이 나 찬바람은 물론 먼지와 벌레까지 드나들었습니다. 분명 할아버지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을 테지요.
할아버지는 이라크 전쟁당시 고철을 모아 수출하는 사업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거래처로부터 비용을 지불받지 못한 채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내 사업이 어려워지며 한순간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이곳 이화마을 통장님의 도움으로 방 한 칸을 무료로 지원받아 살고 계시다고 하네요.
옆에서 대화를 듣던 통장님께서도 ‘벌이도 없는 사람이 왜 방을 무료로 내어주느냐’는 애꿎은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사정을 돕는 게 우선’이라는 소신으로 도움을 망설이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밝은 미소의 원천이 이웃의 배려에서부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봉사자들은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가며 집고치기에 몰입했습니다. “천장에 단열재를 넣고 도배를 할 거에요. 장판도 교체하고 방 문, 창문도 갈아 끼우면 끈적끈적한 더위도 한결 나아질 것 같아요.” 이요한 건축간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작업을 시작하니 집고치기 과정이 한눈에 그려졌습니다.
도보로 3분 거리에 떨어진 이곳에도 번개집고치기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현장을 구경하던 이웃 할머님께서는 “여긴 목사님이랑 노모가 같이 사는 집이야. 목사님이 노숙인들 위해서 같이 예배드리는 공간이지. 마음이 착한 사람들이야.”라며 가족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휴가 첫날 아내와 함께 봉사에 참여했다는 홍순홍 님(52세, 외과전문의). “30년 동안 인근 동네에 살았었어요. 오랜만에 와보니 ‘옛날에 우리 이렇게 살았었구나’ 싶더라고요. 참 많은 변화가 있으면서도 또 변화가 없는 마을인 것 같아요.” 유독 바람이 흐르지 않던 집이라 땀이 흥건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 여유로 참여 소감을 전해주었습니다. “참, 내년에는 큰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니 아이랑 같이 셋이 올게요!”
사방 모서리를 다듬으며 집고치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빨간 수건을 목에 두르며 열정적으로 봉사에 임한 김민우 군(19세, 고등학생, 좌)은 “올해로 네 번째 번개집고치기에 참여했어요. 절친 현호(사진속 오른쪽)랑 함께해 좋은 추억도 남기고 잘한다는 칭찬도 받아 기분이 좋아요.”라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두 절친의 동반자로서 현장에 참여한 현호 어머니 이정숙 님(45세)은 이번 번개집고치기에도 수차례 참여한 MVP봉사자입니다. “TV에서나 볼법한 집이었어요. 버릴 짐만 트럭으로 7번 남짓 실려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찌 이런 곳에서 지내셨나 싶더라고요. 날씨 때문에 땀이 온몸을 적시고, 숨이 막힐 정도로 고됐지만 누구하나 얼굴 찌푸리지 않고 임무에 충실하더군요. 덕분에 힘듦보다는 보람이 더 크게 느껴진 시간이었어요.”
뽀송뽀송한 주거공간을 위해 단열재를 촘촘히 넣고, 한겨울 위풍을 막아줄 튼튼한 창문도 설치했습니다. 옷가지를 정리할 수납장과 새 티셔츠 여벌을 선물로 넣어드렸습니다. 집수리를 마치고 방 문을 새로 달아 놓으니 제법 든든한 공간이 이루어진 듯 했습니다.
“이야, 집이 이렇게 변했어? 내가 눈물이 다 나네. 눈물이 다 나. 말을 잇질 못하겠어.” 할아버지의 입가엔 미소가 눈가엔 촉촉한 눈물이 맺혔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웃주민께서도 수고했다며 시원한 식혜를 전해주십니다.
가장 뜨거웠던 여름날의 이야기. 분명 누군가의 땀과 배려 그리고 나눔이 있어 완성될 수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주인공인 번개집고치기의 스토리가 계속 이어져가길 바라면서 할아버지 안락한 삶을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