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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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15/02/06 09:41
- 조회 7,036
[영화리뷰] 당신에게 집은 어떤 존재인가요?
수도권의 주택 매매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전국의 집값이 1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지난달 주택 매매 가격이 한달 전보다 0.13% 올랐다고 하는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집값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만큼이나 이득을 보는 사람도 많을 걸 생각하니 그들에게 ‘집’이 그저 돈 벌이의 수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 집니다.
이렇게 ‘집’의 가치가 돈으로 정해지는 요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자 ‘집’ 대한 추억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 <업 UP>을 소개합니다.
영화 <업 UP> 중 부부의 인생을 보여준 장면. 사진을 클릭하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업UP>은 평생 모험을 꿈꿔 왔던 주인공 ‘칼’ 할아버지가 죽은 아내와의 추억을 가슴에 묻고 좌충우돌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입니다. 2009년 피트 닥터 감독과 밥 피터슨 감독이 공동 제작한 픽사의 애니메이션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었던 작품입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 또한 영화 속 ‘칼’ 할아버지가 부인 ‘엘리’의 행복했던 결혼 생활을 보여준 장면을 이렇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업UP>은 부부의 추억이 담긴 50~60년의 세월을 4분 안에 과연 압축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어서 굉장히 탁월한 방법을 사용한 영화이다.” N포털 사이트의 영화 소개페이지를 통해서도 평점 9.29점을 얻으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픽사를 느꼈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영화 <업 UP>의 포스터
영화 속 주인공 ‘칼’ 할아버지에게 집이란?
영화 속 주인공 칼 프레드릭슨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부인 엘리 여사의 한평생 소원을 대신 이루려 합니다. 그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파라다이스 폭포에 집을 옮겨 놓는 것’ 입니다. 땅 위에 세워진 집을 어떻게 파라다이스로 옮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칼 할아버지는 집 굴뚝에 수 천 개의 풍선 매달아 집을 통째로 남아메리카로 날려버립니다.
집을 날리기에 앞서 노인 공경 뺏지를 받기 위해 칼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베풀려던 야생 탐험대 단원인 꼬마 ‘러셀’을 만납니다. 러셀은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러셀을 귀찮아하는데요, 뺏지를 위해 집을 파라다이스 폭포에 옮긴다는 할아버지의 일을 돕는다던 러셀도 우연히 풍선을 달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집’의 대장정에 합류하게 됩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집’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특히 칼 할아버지는 ‘집’을 부인 ‘엘리’의 이름과 똑같이 ‘엘리’라 부르며 다른 사람들은 손조차 대지 못하게 하는 무한한 애착을 보입니다. 한평생 아내와의 추억이 담겨있던 ‘집’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이 소중한 공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할아버지에게 있어 ‘집’은 추억의 장소이자, 꼬마 러셀을 만난 새로운 인연의 매개체가 됩니다.
영화 <업 UP> 속 칼 할아버지의 집(좌)과 영화의 모티브가 된 집(우)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남긴 이 영화는 사실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집이 수천 개의 풍선에 매달려 하늘 높이 날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집을 헐어버리려 하는 공사 감독관과 끝까지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이 우정을 쌓는 감동 실화가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책 『나의 삶 나의 집』 (배리 마틴 외, 김정희 역, RHK, 2009)을 통해서도 더 자세히 접할 수 있습니다.
실화의 주인공, ‘이디스’ 할머니에게 집이란?
미국 워싱턴주 밸러드 마을에 재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대형 쇼핑몰이 들어올 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개발업자들이 너도나도 몰려들며 이곳에서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개발업자들의 사업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바로 공사 부지에 위치한 작고 낡은 집주인 ‘이디스 윌슨 메이스필드’ 할머니 입니다. 이디스 할머니는 개발업자들이 시세의 10배가 넘는 집값을 제시해도 요지부동으로 집을 팔지 않을 것을 고수했고, 모든 개발업자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습니다. “나는 가족도 없고 돈도 필요 없다. 나의 어머니도 이 집 소파에서 돌아가셨고 나도 요양 시설이 아닌 이 집 소파에서 죽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집 주인 이디스 윌슨 메이스필 할머니(좌)와 공사 책임자 배리 마틴(우)
이디스 할머니의 집을 보존한 채 완공된 쇼핑몰.
건물 사이에 있는 2층짜리 주택이 바로 이디스 할머니의 집입니다.
하지만 다른 개발업자와 달리 공사 책임자인 배리 마틴은 이디스 할머니를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할머니의 의견대로 할머니가 남은 평생을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리는 할머니 집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에 대해 공사를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집과 쇼핑몰의 외관이 잘 어울리도록 고려하고, 할머니 집이 채광에 방해 받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러던 중 혼자 사는 할머니를 미용실에 데려다 주며 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됩니다. 배리의 도움으로 추억의 공간을 지킬 수 있었던 할머니는 그녀에게 자신의 평생이 담긴 집을 물려주며 생을 마무리 했습니다.
삶의 주인공 ‘나’에게 집이란?
영화 <UP업>의 주인공인 칼 할아버지와 바탕이 된 실화의 주인공 이디스 할머니는 평생의 삶이담긴 집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노력과 더불어 새로운 인연도 만들고, 평생의 추억도 남기며 ‘집’의 가치를 매우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삶의 주인공인 ‘우리’에게 집은 어떤 존재인가요? 누군가에겐 ‘단 한 칸의 여유’가 되기도 하고, ‘나를 담아낸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 글로벌 청년봉사단 해피무브 12기 박주용 기장은 “나에게 집은 곧 주유소에요.”라고 말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집에 있는 시간은 고작 6시간도 되지 않는, 잠만 자는 곳이지만 이 공간에서의 휴식은 제가 밖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에너지를 가득 채워주는 공간입니다. 특히 겨울철엔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연탄난로를 거실에 가운데 두고 온 가족이 그 옆에 모여서 잠을 자는데요. 가족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다음날의 활동을 위해 지내는 그 고요한 밤은 제게 최고의 활력입니다.”라며 말입니다.
“집은 제게 활력을 넣어주는 활력주유소에요”_박주용 님
‘집’에 대한 의미는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그 소중함은 누구에게나 똑같을 것입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향기와 체취를 담은 곳이기 때문 입니다.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집의 소중함.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존재인가요. 오늘 밤 따뜻한 온기로 나를 지켜줄 이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홍보실 권한별 인턴